[현장에서]팬관심 외면하는 TV 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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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 26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의 경기에서 OB '흑곰' 타이론 우즈 (29)가 올 시즌 41호 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사직구장을 직접 찾은 부산팬들을 제외하고 한국 야구팬들은 우즈의 홈런을 TV 중계를 통해 시청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우즈가 42호 홈런에 도전한 27, 28일 벌어지는 경기에서도 한국 야구팬들은 그 역사적인 도전 장면을 TV중계를 통해 볼 수 없다.

국내 방송사들이 OB - 롯데전 중계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KBS위성방송.인천방송.스포츠TV 등 방송사들은 약속이나 한듯 26일부터 벌어진 LG - 현대의 잠실경기에 집중조명을 비추고 있다.

국내 방송사들이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가 벌이고 있는 메이저리그 신기록 경쟁은 중계하면서 한국야구의 기록경쟁을 외면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는 한국야구위원회 (KBO)가 방송중계에 대해 안일한 대처를 해 온 탓이다.

미국의 경우 스포츠경기 중계권은 공개입찰을 통해 한 방송사와만 계약, 한국처럼 중복중계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KBO는 야구중계를 하겠다는 모든 방송사들의 중계를 무조건 수용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한국프로야구는 진짜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경기는 제쳐두고 엉뚱한 경기에 3~4개 방송사가 중복중계하는 모순이 빚어지고 있다.

내년부터라도 KBO는 TV 중계권 정비를 해야 한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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