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도 붙은 지구 온난화 '기후공황' 걱정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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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제 공황 (恐慌) 못지않게 '기후 공황' 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 기후 대변동을 우려하는 학자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해를 거듭하며 멈추기는 커녕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평균 기온은 곳에 따라 섭씨 0.3~1도 가량 치솟았다.

이같은 상승세는 최근 들어 더욱 가파른 곡선을 그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상되는 기후 공황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시나리오는 지구의 갑작스런 열탕 (熱湯) 화. 과거 빙하기가 갑작스럽게 내습했듯 아주 짧은 시간안에 지구가 크게 더워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기후변화연구사무국은 최근 "현재 지구가 처한 여러 조건으로 보아 온난화는 과거의 기후 변동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 고 밝혔다.

이는 다시말해 섭씨 1도 안팎의 변화가 빠르게는 십수년 안에도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 실제 지구는 과거 빙하기→간빙기 (間氷期.빙하기 사이의 따뜻한 시기) 혹은 간빙기→빙하기로 변할때 십년도 못돼 기온이 1도 이상 오르거나 내린 적이 있다.

엘니뇨를 포함한 최근의 지구촌 기상재앙도 따지고 보면 지난 1백여년에 걸친 기온 상승에 따른 것. 이 시기 지구의 온도는 겨우 섭씨 0.5도쯤 올랐는데 향후 이 보다 짧은 시간에 급격한 기후변화가 일어난다면 이는 가히 기후공황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기후공황이 닥칠 경우 먼저 치명적인 타격은 생물들에게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씨를 퍼뜨려 이동하는 식물들의 경우 잘해야 연간 40m~2㎞ 정도밖에 이동할 수 없어 갑작스런 온도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

식생 전문가들은 현재같은 기온상승 추세라면 식물들이 연간 1.5~5.5㎞는 '움직여야'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불가능 한 일. 또 동물 역시 서식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먹이 부족.면역력 약화 등의 악조건에 놓일 수 밖에 없다.

한대가 온대로, 또 온대가 아열대로, 아열대가 열대로 변하는 등의 이같은 급격한 기후변화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여러 요인을 복합적으로 지목하고 있다.

공주대 대기과학과 소선섭 (蘇鮮燮) 교수는 "기상변화에는 가속적 속성이 있어 어느 한계를 넘어설 경우 걷잡을 수 없이 변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예컨대 빙하기때 초기에는 서서히 추위가 찾아오다 눈과 얼음에 덮히는 지구 면적이 차츰 늘어남에 따라 온실효과가 떨어져 나중에는 빙하가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된다는 것. 반대로 빙하가 풀릴때도 녹는 지역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기온 상승이 가속화 한다.

기상 전문가들은 ▶산업화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열대우림 파괴▶대기 공해 등의 요인이 기후 변화를 더욱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46억년 지구역사에서 사람들이 '최초로' , 그 것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후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는 의미. 때문에 미국의 기상학자들은 "인류가 '기상보험' 을 들어야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할 때" 라고 입을 모은다.

"엘니뇨.라니냐로 대표되는 기상재앙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앞으로 50년도 지나지 않아 인류 최악의 순간이 닥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보험에 드는 기분으로 경제 발전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보자는 얘기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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