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일 새 어업협정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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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일 양국간 어업협상이 어렵게 타결됐다.

어업협정 개정문제는 그동안 양국관계에 '목의 가시' 였다.

일본은 기존협정의 일방적 파기라는 배수진을 치고 우리측에 외교적 타결을 압박해왔다.

내년 1월 현행협정이 종료되고 새 협정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동해의 어업질서는 실종되고 우리 어민들의 일본측 배타적경제수역 (EEZ) 내 조업은 불가능해진다.

협정종료 시한에 쫓기는 쪽은 우리였다.

게다가 김대중대통령의 일본방문을 앞두고 어떻게든 타결을 지어야겠다는 양국정부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협상타결의 모양새는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 일본측 전략에 우리측이 끌려간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다만 이번 타결로 양국관계의 큰 걸림돌이 제거되고 새로운 협력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전기 (轉機) 를 마련했다는 의미는 찾을 수 있다.

협상결과는 주고받는 식으로 반반씩 양보, 명분과 실리를 함께 취했다고 하지만 우리 어민들의 조업 및 생계에 미칠 영향과 충격은 일본측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지금까지 일본연안 12해리 바깥해역에서 자유롭게 조업하던 우리 어민들의 조업범위가 크게 줄어들고, 일본 EEZ내에서 조업을 하더라도 일본측의 허가를 받고 어획량도 할당받아야 하며, 일본 국내법의 적용을 받고 조업을 해야 한다.

우리 어민들이 국제적 룰에 따라 조업하는 새로운 어업질서속에 놓이게 됨을 의미한다.

이는 국제적인 추세고 유엔해양법 발효와 이에 따른 신해양질서에 적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는 어차피 '건너야 할 강' 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 또한 한둘이 아니다.

대화퇴 (大和堆) 어장 상당부분이 중간수역에 편입돼 조업이 가능하게 됐지만 북해도 인근 일본측 EEZ내 수역은 조업대상에서 제외됐다.

앞으로 3~5년간 과거의 조업실적을 일정량 인정해주기로 했지만 이는 일시적 충격완화를 위한 단기처방에 불과하다.

중간수역내 자원배분 문제를 놓고 양국간 의견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고, 자원이 풍부한 일본 EEZ내 조업과 관련, 입어료 문제가 불거질지도 걱정이다.

독도문제는 주변 12해리 영해를 제외한 주변수역을 중간수역으로 설정하고 영유권을 거론하지 않는 방식으로 비켜갔다.

한국의 실효적 지배는 계속된다지만 독도를 지명 (地名) 아닌 좌표로 표기하고 그 영유권을 명시하지 못한 것은 우리로서는 아쉽다.

이는 세부적인 조문화 작업 등 앞으로의 손질과정과 EEZ획정협상에서 우리측이 유의해야 할 대목들이다.

차제에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 으로의 전환 등 어업구조조정을 통해 어민피해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어업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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