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2년씩 2번 갱신 … 총 6년간 고용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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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28일 비정규직법 유예안을 고집하지 않고 원점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재검토키로 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정규직법 유예안에 집착하지 않고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근본적인 해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비정규직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한나라당에서 고려 중인 대안의 일부가 이날 공개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고용기간 제한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현행 2년의 고용기간 제한을 그대로 두고, 두 번에 걸쳐 총 6년까지 고용계약을 갱신할 수 있게 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100인 이상 기업에 정규직 의무 전환 비율을 부과하는 것도 대안으로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사용사유 제한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나라당 비정규직법 태스크포스팀장인 신상진 의원은 “이른 시일 내 유예안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8월 한 달간 비정규직 실직자 지원대책과 현행 비정규직법의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한 뒤 야당과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 간 시각 차 여전=야당과 노동계는 현행 법 고수를 주장하며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고, 한나라당과 정부 간에도 시각 차가 크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노동부가 비정규직 해고대란을 과장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며 이영희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노동부는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해치는 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당정 TF팀 활동에 대해 “정부가 제출한 법 개정안(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것)이 오랜 기간 당정 간에 협의를 해서 만든 것”이라며 “당정 간에 수차례 논의할 것은 이미 다 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무엇을 논의하자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이번 조치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단독으로 낸 유예안을 폐기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이른 시일 안에 대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복 갱신 허용되나=노동부와 한나라당은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반복 갱신 허용 ▶정규직 의무 전환비율 도입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과 관련, 조원진 의원은 “4대 보험 가입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도 이견이 없다. 다만 노조에 차별시정 신청권한을 줄지는 논란이 많다. 현재는 차별을 받은 비정규직 근로자(당사자)만 차별시정 신청권한이 있다. 노동계는 “차별시정을 신청한 근로자에게 (사측의) 보복이 따를 수 있으므로 노조한테도 신청권한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노조가 차별시정을 이슈화해 사업장의 노사 갈등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반복 갱신을 허용하면 고용기간을 연장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일본에서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최재황 이사는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일함으로써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라며 “6년 정도 일하면 거의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이승철 대변인은 “사실상 기간제한을 없애는 것과 같다”며 “정부안보다 한발 더 나간 것으로 비정규직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했다.

정규직 의무 전환비율은 노·사·정이 모두 반대한다. 경총 최 이사는 “고용 형태를 법으로 기업에 강제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찾기 힘든 제도”라 고 말했다. 민주노총 이 대변인은 “현재도 30% 이상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의무 전환비율을 도입해 봤자 실효성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노동부도 “고용시장을 법으로 규제하면 부작용이 더 크다”며 회의적이다. 하지만 조 의원은 “100인 이상 기업이 전체의 20% 정도밖에 안 된다”며 “정규직 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강행 의사를 비쳤다.

김기찬·정효식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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