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전력망 ‘스마트 그리드’ 확산 땐 가정에서도 쓰다 남은 전력 팔 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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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가 확산되면 일반 가정에서 풍력·태양광으로 만들어 쓰고 남은 전력을 사고파는 시대가 열릴 겁니다.”

미국 ‘그리드 와이스 얼라이언스(GWA)’의 귀도 바텔스(사진) 회장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 그리드 기술이 가져다 줄 신세계의 모습을 이렇게 그렸다. GWA는 미국 내 스마트 그리드 기술 개발·보급을 위해 기업·연구소 등이 손잡고 만든 민간단체다. 흔히 ‘지능형 전력망’으로 번역되는 스마트 그리드는 집이나 사업장에서 효율적으로 전기를 쓰게 만드는 첨단시스템으로, 시시각각 전기요금 단가가 바뀐다. 미 IBM의 글로벌 산업 부문 책임자이기도 한 바텔스 회장은 “스마트 그리드가 인터넷 못지않은 생활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 타임스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스마트 그리드를 ‘에너지 인터넷’으로 부르기도 했다.

-스마트 그리드의 의의는.

“전력망에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똑똑한 망’이다. 이를 통해 전기의 생산과 소비 효율을 두루 높일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기여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전기 수요 변화를 분·초 단위로 측정한다. 대체로 최대 수요에 맞춰 생산하다 보니 남는 전기를 버리곤 한다. 그러나 스마트 그리드가 깔리면 이런 식의 낭비가 확 준다. 스마트 그리드에서는 전기 수요가 넘칠 때 사용요금을 즉각 올리고, 그 반대면 낮추는 ‘실시간 요금제’가 가능하다. 수요가 적은 심야에 가격이 뚝 떨어지면 가정의 자동제어장치(지능형 전력계)가 전기를 세탁기 돌리는 데 쓰도록 조정한다. 전기 수요가 많을 때는 그 값을 올려 낭비를 막고, 수요가 적을 때는 남는 것을 쓰게 유도해 버리는 전기를 줄인다.”

-풍력·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에 왜 스마트 그리드가 필요한가.

“풍력과 태양광으로는 전기를 안정적·지속적으로 만들기 어렵다. 날씨 변화에 따라 전력 생산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 불규칙해도 스마트 그리드는 실시간 가격 조절 기능을 통해 수급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을 준다. 신재생에너지가 발달할수록 스마트 그리드는 더욱 긴요해진다.”

-한국에서의 발전 가능성은.

“스마트 그리드에는 앞선 IT가 필수다. 광대역망과 무선통신 같은 선진 IT와 인프라를 갖춘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잠재력이 크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스마트 그리드=미국·일본 등 선진 8개국(G8)과 한국 등 신흥국가 16개국의 정상은 이달 초 이탈리아 ‘기후변화주요국회의(MEF)’에서 스마트 그리드를 태양광·첨단자동차 등과 함께 ‘세상을 바꿀 일곱 가지 기술’로 선정했다. 한국은 특히 스마트 그리드 선도 국가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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