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철의 증시레이더]약보합 이어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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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해외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한결같이 어둡다.

16일 앨런 그린스펀 미 연준리 (聯準理) 의장은 세계적인 금융불안이 미국경제에 미칠 영향을 심각히 분석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주요 선진국들과의 공조에 의한 동시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은 없다" 고 밝혔다.

애초 큰 기대를 건 것은 아니지만 듣고 보니 실망스럽다.

18일 미 하원은 국제통화기금 (IMF)에 대한 1백80억달러 추가 출자를 거부했다.

결국은 비슷한 내용의 상원 안 (案) 이 채택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일단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세계주가는 러시아.남미는 물론 아시아시장까지 다시 폭락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모습이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10일 장중에 338.95까지 올랐던 종합지수는 18일 한 때 299.17까지 하락했다.

일주일새 - 11.7%를 기록한 것이다.

이번 주 단기반등을 점치는 이들은 전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가능성에 의지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대형주에 대한 매도공세가 웬만큼 끝났으니 개인의 소형주 매수가 지수를 떠받칠 것이라는 해석이다.

여기엔 또 다시 지수 3백선을 지켜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사실 금리나 환율은 당분간 급격히 오르거나 내리진 않을 전망이다.

예전과 달리 추석이라고 해서 자금수요가 갑자기 늘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이번 주 특별히 예상되는 재료도 별로 없다.

경기부양대책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따지고 보면 별 것 아니다.

우선 총액대출한도를 2조원 늘리겠다지만 지난 2월에 책정한 1조원도 전부 소진되지 않은 상태다.

또 내수위축을 치료하기엔 이미 늦었다.

소득이 감소했고 그나마 내일을 보장할 수 없는 형편에 새 차를 뽑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문제는 자신감의 회복이다.

지난 주말엔 쌍용그룹이 증권을 매각하고 정유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한 사실이 일간지 1면을 장식했다.

다른 그룹들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풀리지 않은 의문은 "그래서 남는 것은 무엇인가" 다.

외국인들이 다른 개도국과 비교해 한국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중 하나는 '넓고 깊은 제조업 기반' 이다.

구조조정이란 이름하에 이것이 흔들리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내년 상반기를 염려한다.

정부가 밝혔듯이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최소 2백40억달러의 장.단기외채를 갚을 대책은 과연 있는 것인가.

단지 외환보유고가 4백억달러를 넘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기엔 너무 불안하다.

그래서 재료없는 주식시장을 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더욱이 각종 기술적지표들은 주가가 상당기간 약세를 면키 어려울 것으로 시사하고 있다.

권성철(증권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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