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바둑]조선진 - 최철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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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新鳩未越嶺

총 보 (1~198) =소년들의 마음은 단순해 정심으로 수를 읽는다.

잔꾀와 사특함이 없어 수법이 지순하고 세파에 물들지 않은 하얀 백지 위에 차곡차곡 쌓여 진전은 빠르다.

崔2단의 경우에서도 여러가지 미숙함이 발견되나 어느 한순간엔 놀라운 경지를 느낄 수 있으니 문득 감탄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후생 (後生) 이 가외 (可畏) 라! 바둑의 세계는 세상만사를 두루 섭렵할 때 더 깊이를 지니게 되지만 세상만사의 번뇌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무상한 희로애락이 평정을 허물어 오히려 파탄에 빠뜨릴 때도 허다하다.

풍진에 젖은 마음은 유혹에 더 쉽게 빠지고 대충 무성의하게 대국하다 보면 어느덧 나이가 들면 들수록 능력은 퇴보하게 되는 것이니 경륜이란 종종 빛좋은 개살구일 수도 있다.

崔2단은 그러나 조선진9단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趙9단은 상대가 13세의 어린 소년이지만 추호도 경시하거나 자만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준수한 인상의 청년인 趙9단은 아직 일가를 이루지는 못했다고 하나 12세 때 일본에 건너간 이후 16년간 성심성의껏 노력한 탓에 기본기가 충실하고 수읽기가 심후했다.

돌이켜볼 때 25가 완착으로 포석은 백 우세. 崔2단은 그러나 101, 103으로 공수의 급소를 차지하며 역전의 기미를 포착하더니 116의 완착을 틈타 127까지 중앙에서 대성공을 거두어 드디어 승세를 장악하게 됐다.

그러나 崔2단은 대마의 사활을 걱정한 나머지 결정적인 고비에서 145의 후수를 잡아 146의 강수를 당했고 여기서 백의 노련한 수읽기에 걸려 무너지고 만다.

어린 비둘기는 아직 재를 못 넘는다 (新鳩未越嶺) 며 껄껄 웃던 은퇴한 고광락선생의 모습이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170=162, 183=161, 188=109, 195=135) .198수 끝, 백 불계승.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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