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리스트 출처는]비리혐의 200명 3월부터 명단수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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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정 정국에 큰 파문을 던진 '사정 조사 대상자 2백여명 목록' 은 대검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실에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그러나 문제의 리스트가 대검에서 유출된 점은 시인했으나 검찰이 작성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본사 취재팀 확인 결과 수사기획관실 (당시 기획관은 金圭燮 서울지검3차장) 은 이 리스트를 지난 8월 중순 각 지방검찰청에 내려보내면서 "일까지 내사 결과를 보고하라" 고 지시했다.

이 리스트 공개로 정치권은 물론 관계에까지 '사정 공포' 현상이 확산돼 반발 움직임이 나올 기미를 보이자 대검 수뇌부들은 "확정된 혐의도 아닌 단순한 첩보 등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평지풍파만 일으켰다" 며 작성.유출자에 대한 인책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 관계자들은 "명단에 오른 사람들에 대한 비리 혐의가 확인됐다면 벌써 해당 검찰청에서 사법처리했을 것" 이라며 "문제의 리스트는 일선 검찰에 해당자의 비리 혐의를 한번 내사해 보라는 의미에 불과하다" 고 해명했다.

◇ 작성.유출 = 수사기획관실은 청와대.안기부 자료와 검찰이 자체적으로 입수한 범죄 정보를 토대로 내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대상자를 선정, 별도 파일을 만들어 관리해 왔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 A4 용지 5장 분량에 대상자들의 이름이 가나다 순으로 분류돼 있으며 이들의 비리 혐의를 검찰에 넘겨준 기관명이 함께 표시돼 있다.

청와대가 넘겨준 명단이 전체의 절반이 넘고 나머지는 검찰 자체 내사나 진정 접수, 안기부 등 관련기관의 자료 제공에 의한 것이다.

각 대상자들의 구체적 비리 혐의는 이 명단 뒤쪽에 80여쪽 분량으로 첨부돼 있다.

작성 시기는 정치인들에 대한 사정방침이 본격화한 지난달 중순 무렵으로 알려졌으며 최근까지 상황에 따라 수정.보완해 온 것으로 보인다.

수사자료를 전달받은 날짜가 가장 빠른 것이 3월로 적혀 있는 것으로 미뤄 검찰은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각종 수사자료를 취합, 종합관리해 왔음을 보여줬다.

대검은 이 문서가 최근 수사기획관실과 범죄정보관리과 중 한곳에서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이들 2개 부서 관계자들에 대한 감찰조사를 벌이고 있다.

◇ 리스트 내용 = '사정 리스트' 에는 정치권은 물론 관계.금융계.재계.언론계 인사가 총망라돼 있다.

우선 정치인 목록 가운데 한나라당 金모 의원 2명, 姜모 의원 2명, 梁모.李모.朴모.鄭모 의원, J의원과 국민회의 徐모 의원은 지금까지 수사받거나 공개되지 않은 인물. 그러나 지금까지 상당한 내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환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이들이 사법처리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차관급 고위 관료로는 현재 경성비리와 관련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손선규 (孫善奎) 전 건교부차관과 뇌물수수로 구속된 이강우 (李康雨) 전 공정거래위 부위원장,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박종세 (朴鍾世)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포함돼 있다. 또 건설교통부 8명.환경부 1명.교육부 3명.산업자원부 2명.국방부 3명.보건복지부 1명.해양수산부 1명.서울시 4명.경찰청 2명 등 각 부처 국.실장급 간부들의 이름도 올라있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광역단체장 S.S.H씨와 서울시 전.현직 구청장 5명이 끼여있으며 지방자치단체 실.국장급 4명도 내사를 받고 있다.

금융계의 경우 이미 내사가 종결된 김재기 (金在基) 전 외환은행장 등 전직 행장 4명이 끼여있다.

재계 인사로는 L.D.H그룹 등의 회장 이름이 올라있다.

특히 L그룹 회장은 지금까지 사정 대상으로 거론되지도 않았고 부실기업도 아니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정철근.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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