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재일기]약점 잡아 세 키워본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정계개편은 많은 소문을 쏟아냈다.

당적변경의 대가로 돈이 오갔다는 금품수수설에서부터 비리추궁면제 의혹, 특혜 또는 이권보호, 자리보장 등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정치권은 이를 둘러싼 소모전을 계속했다.

야당은 확인작업도 없이 각종 설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고 여당은 사실무근임을 주장하며 가시돋친 공방을 주고받았다.

그러는 사이에 여당은 대의명분이 크게 훼손됐고 야당은 야당대로 승복하지 않아 정치판 전체가 패자 (敗者) 뿐인 진흙탕화하고 있었다.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시켰을 수도 있는 이같은 의혹에 대한 확인작업은 쉽지 않았다.

탈당 또는 입당교섭이 밀실에서 이뤄진데다 당적을 옮긴 당사자들은 '지역발전.정국안정.동서화합'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압력이나 회유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사자 개개인에 대한 취재를 해 본 결과 이들의 해명을 액면대로 믿기는 어려웠다.

본지 9월 19일자에 그 내용을 보도한 대로 대부분이 개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주고받기가 있었다는 의혹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의원들만이 아니라 기초단체장들도 마찬가지였다.

6.4지방선거 후 야당인 한나라당을 탈당한 기초단체장 15명 가운데 8명은 선거법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고 적어도 5명 이상이 개인비리 또는 업무수행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시장의 경우는 시민단체가 "환경미화원들의 퇴직금을 8개월 늦게 지급해 이자수입을 착복했다" 며 추궁하고 있었다.

어떤 군수는 모래채취권을 둘러싼 이권개입설로 검찰조사를 받아왔고 수뢰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선거법위반 혐의로 조사받던 한 군수는 "주변사람이 91명이나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한다.

최근에도 여권은 야당인사들에 대한 영입을 계속할 뜻임을 밝히고 있다.

정국주도권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다.

하지만 그에 앞서 여권은 약점이 있거나 목전의 이익을 위해 선뜻 당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내걸고 있는 정치개혁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곰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숫자 늘리기보다는 뽑아준 유권자들에게는 일언반구도 없이 밀실거래로 당을 바꾸는 인사들을 퇴출시키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개혁일 것이다.

김교준(기획취재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