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책동네] ‘명예 살인’ 회고록이 가짜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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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예 살인’ 회고록이 가짜

호주 출판계가 가짜 회고록으로 발칵 뒤집혔다. 20만권이나 팔린 책이 내용만 아니라 저자 자체가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노마 쿠리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다큐멘터리 『금지된 사랑』은 아랍권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는 ‘명예 살인’을 생생하게 그려 많은 독자들의 가슴을 도려내면서 국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미 이 책은 15개국에서 번역 출간됐으며 국제 출판계에 아랍 여성의 인권을 다룬 책이 붐을 이루는 촉매 역할도 했다.

호주에서는 그녀의 회고록이 독자들로부터 ‘내 생애에 가장 좋아하는 논픽션 100권’에 꼽히기도 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가 요르단 암만에서 달리아라는 소녀와 나눈 우정이다. 쿠리의 글에 따르면, 20대에 쿠리와 달리아는 함께 미장원을 열었다. 달리아는 미장원의 단골손님인 한 군인과 사랑에 빠졌는데 그 손님이 기독교인이었다는 것.

그들의 사랑은 결국 탄로났고, 그 때문에 달리아는 아버지가 휘두르는 칼에 12군데나 찔려 비극적인 종말을 맞았다. 공포에 질린 쿠리는 마이클의 도움으로 요르단을 탈출했다.

그녀는 먼저 아테네로 가서 인터넷 카페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썼고, 결국에는 출판사 랜덤하우스의 배려로 호주에 임시로 거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쿠리의 진짜 이름은 노마 마지드 쿠리 마이클 알-바가인 톨리오풀로스(34)로 확인됐다. 그녀가 요르단에 살았던 것은 겨우 세살때까지였다. 그녀에겐 미국 여권이 있었고 1973년부터 2000년까지는 시카고에서 살았다. 결혼해 아이를 둘 두고 있다.

쿠리를 둘러싼 의문은 요르단에서 먼저 제기됐다. 이 책을 본 독자들이 웹사이트에 내용이 틀려도 너무 틀린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자 요르단 여성 단체들이 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 출판사와 그녀의 에이전트, 여러 대륙의 변호사, 호주 이민당국, 그리고 대중까지 그녀의 속임수에 놀아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 클린턴 회고록 150만부 팔려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회고록 『마이 라이프』는 발매 1개월 만에 미국에서만 4쇄를 찍으며 150만부가량 팔렸다고 출판사 크노프가 최근 발표했다. 클린턴이 직접 읽은 오디오북도 15만개 팔렸다. 이 기간에 클린턴이 사인한 책은 3만권 이상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1000권 이상 사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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