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각트의 가벼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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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트의 가벼움
최이안 지음, 문학관, 216쪽, 9000원

2000년 문예진흥원이 ‘내일을 여는 젊은 작가’로 선정한 수필가 최이안씨는 우리의 일상을 ‘프’라는 짧은 글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슬프다./ 고프다./ 아프다./ 헤프다./ 어설프다./ 고달프다./ 서글프다./ 애달프다./ 가끔 프…프…프… 소리가 깊은 곳에서 터져나온다.”

겉으론 화려해도 속으론 공허한 현대문명의 앞뒤를 간명하게 진단했다.

‘건강을 위하여’도 재미있다. 하루를 운동으로 시작해 운동으로 끝내는 운동 중독증, 저지방 우유와 유기농 채소 등 갖은 건강식으로 하루 세 끼를 때우는 건강 강박증을 희화화했다.

각트는 지은이가 유전자(DNA) 기호인 구아닌(Guanine)·아데닌(Adenine)·시토신(Cytosine)·티민(Thymine)의 첫 글자를 모아서 만든 단어. 인간은 DNA의 운반체, 물질의 집합체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전제 아래 가벼움만 추구하는 요즘 세태를 풍자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다양하고 실험적인 형식의 글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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