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 혐의 과학수사로 입증" 검찰 드림팀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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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수사의 전형을 보여주겠다."

검찰이 모두 21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34)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과학수사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대검 과학수사과와 유전자감식실,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 3명,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과 함께 대규모 수사지원팀을 꾸렸다. 또 수사검사 4명을 유씨 사건에 투입했다. 대검 중수부나 지검 특수부의 기획수사 인력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검찰이 이처럼 총력전을 펼치는 것은 유씨의 자백과 범행에 사용된 흉기 외에 아직 이렇다 할 직접적인 물증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씨는 지난 2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뒤 한동안 식사를 거부하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수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감(感)'이 아닌 '과학'으로 유씨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도록 물증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1991년 서울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승환 대검 유전자감식실장은 유전자 감식 분야에선 국내 최고의 전문가다. 92년 동두천 윤금이양 살해사건 때 유전자 감식 기법을 동원해 미군 케네스 마클의 양말에 묻은 혈흔이 윤양의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정빈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 등도 각종 법의학 지식을 수사팀에 제공하고 있다. 이 교수는 최근 살해된 노인들이 입은 상처가 경찰에 압수된 흉기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분석자료를 수사팀에 전달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유씨의 심리 상태에 대한 분석은 김종률 대검 과학수사과장이 맡고 있다. 한편 유씨는 29일 점심부터 단식을 풀면서 "토익(TOEIC)과 한자를 공부하고 싶다. 반성하며 살겠다"고 말하는 등 심경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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