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국민회의측 홀대에 불만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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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조가 삐걱거리고 있다.

공동정권을 끌고 가는 쌍두마차의 한쪽이라고 믿는 자민련쪽에서 불만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각제에 대한 대통령 주변 인사의 발언, 단독국회 소집 문제, 방송청문회 개최 여부를 놓고 자민련 당직자들은 섭섭함을 토로하고 있다.

정치쟁점과 정책결정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종필 (金鍾泌) 총리가 가파르게 전개되는 사정 (司正) 정국에 대해 침묵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자민련측은 전한다.

최근 '개혁에 실패하면 내각제가 된다' 는 최장집 (崔章集) 정책기획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 이강래 (李康來) 정무수석은 자민련 김용환 (金龍煥) 수석부총재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 발언은 학자로서의 개인 견해이니 신경 쓰지 말라" 는 해명이었다.

그러나 자민련은 17일 국민회의의 국회운영 구상을 틀어버렸다.

한나라당의 불참과 상관없이 국회를 열어 민생문제를 다루자는 국민회의측 요청을 외면한 것이다.

구천서 (具天書) 총무는 "여권의 단독국회는 무의미하다.

야당의 참여를 1주일 정도 기다리겠다" 고 통보했다.

자민련이 이렇게 나온데는 전날 일본 방문길에 오른 박태준 (朴泰俊) 총재에 대한 홀대까지 겹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항에 국민회의측 인사가 한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조영장 (趙榮藏) 총재비서실장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朴총재를 공동집권당의 총재로 대접하지 않는다" 고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 11일 경주문화엑스포 개막식에서도 朴총재는 제대로 대우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헤드테이블에 자리조차 마련되지 않았던 것이다.

자민련은 우선 국회 운영에서 분명한 목소리를 내려고 작심하고 있다.

국민회의의 경제.방송청문회 공동 개최 방침에 자민련은 방송청문회 불가라는 입장을 확인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국민회의가 자민련의 도움없이 사정은 할 수 있지만 국회 운영은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심지어 김대중정부 출범 7개월을 맞아 동상이몽 (同床異夢) 이 현실로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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