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재정 투입 약발 떨어지는 3분기가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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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김명기 경제통계국장中이 24일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과 관련한 설명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이 전기 대비 2.3%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1분기 대비 2.3% 성장. 상당한 수치다. 연간 성장률로 환산하면 9%가 넘는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성장이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 어렵다. 빠른 성장을 가능케 한 것은 경제 자체의 활력만이 아니다. 노후 승용차를 교체할 때 주는 세제 혜택과 재정의 조기 집행이 더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세제지원 효과 포함)이 2분기 성장률에 기여한 정도는 0.8%포인트다. 여기에 정부의 조기 재정지출에 따른 성장률 기여도도 0.7~0.8%포인트나 된다. 이 둘이 성장률을 끌어올린 1등 공신인 것이다.

정부는 상반기에만 전체 예산의 64.8%인 167조1000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하반기엔 남은 재원이 많지 않아 퍼붓기식 부양책을 이어갈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2분기엔 중국 등에 대한 정보기술(IT)과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이 증가했지만 계속 호조를 보일지는 불확실하다. 살아나는 듯한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더블딥)에 빠진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은이 3분기 이후의 경제 상황을 낙관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명기 경제통계국장은 “하반기엔 재정투입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성장률이 완만할 것”이라며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중요한데 고용 사정이 당장 호전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10일 하반기 성장률(전기 대비)을 0.3%로 예상했다.

하지만 성장률과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서울 강남의 집값이 들썩거리자 경기회복을 위해 풀어놓은 돈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아직까지는 2분기 성장률만으로 출구전략을 쓰기는 이르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거시경제실장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가 너무 나빴기 때문에 2분기가 상대적으로 좋게 보이는 것뿐”이라며 “제조업 가동률도 낮고 고용 사정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관건은 3분기다. 성장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경기 회복엔 청신호가 켜지는 셈이다.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자연스럽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금융연구원 장민 거시경제연구실장은 “3분기 성장률은 2분기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인상은 3분기 이후 확실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날 때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상 수단으로 썼던 유동성 지원 대책들은 점차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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