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수회담 열어 속내 교환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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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마주 달리던 여야 열차가 한나라당 서상목 (徐相穆) 의원의 검찰출두로 겨우 비켜가고 있다.

여야는 국회정상화를 위해 여러 대화를 모색중이다.

하지만 낮은 레벨의 접촉은 신속하고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꽉 엉킨 매듭의 핵심에 여야가 직선적으로 다가가려면 조속한 영수회담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 총재와 회담을 갖는다면 이는 그가 지난 3월초 당시 조순 (趙淳) 총재를 만났던 것과는 본질과 차원이 다르다.

그의 지도력에 대한 시비를 떠나 李총재는 형식적으로 DJ 비판세력의 기수 (旗手)가 돼 있다.

나라의 위기상황에서 지도자가 비판세력의 리더를 만나 국가와 사회가 나아갈 길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군다나 金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이후는 물론 李총재의 취임 이후에도 그와 본격적으로 대화한 적이 없으니 영수회담의 시급성은 더해진다고 하겠다.

사회의 위기감과 정국의 경색도 (度)에 비춰볼 때 앞으로 있을 회담은 어떤 전례 (前例) 보다 솔직하고 진지해야 할 것이다.

우선 金대통령은 기본적으로 李총재와 야당이 정권의 개혁정책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따지고 그 답을 들어야 한다.

역사적인 여야 정권교체를 야당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야당이 국가 구난 (救難) 을 위해 어떤 각오를 갖고 있는지 타진해야 한다.

현안도 빠뜨려선 안될 것이다.

金대통령은 국기 (國基) 를 뒤흔든 국세청의 대선자금 불법모금을 추궁하고 사과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李총재는 근본적으로 金대통령이 의회민주주의 체제아래서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는지, 그런 인식이 야당의원.기초단체장 빼내기와는 어떻게 어울리는지를 물을 수 있다.

개혁의 근본은 공정성인데, 검찰 불공정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을 대통령은 어떻게 느끼는지 질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李총재는 어쨌거나 당이 관련된 일이니만큼 '세풍 (稅風) 사건' 에 유감을 표하면서 증거가 있다면 여당의 대선자금 의혹도 제기할 수 있다.

여야 지도자는 일단 이렇듯 깊숙하고 본질적인 얘기를 다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비온 뒤 땅이 굳어질 기미라도 있지 않겠는가.

이런 상호 입장확인과 함께 여야 수뇌는 국가현안을 폭넓게 협의해야 한다.

실업.경제위기에 대한 대책, 북한의 미사일 (또는 인공위성) 발사와 금강산관광 같은 대북 (對北) 문제, 경제.방송청문회 여부, 金대통령의 일본방문 등 여야 지략 (智略) 의 교환을 갈망하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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