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알면 더 재밌다] 16. 100m 꿈의 기록은 9초5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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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남자 100m를 '인간 탄환들의 경주'라고 한다. 그래서 올림픽의 하이라이트라고 한다. 지금까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는 미국의 팀 몽고메리다. 2002년 파리 그랑프리 대회에서 9초78에 달렸다. 그는 하지만 아테네 올림픽에는 출전을 못 한다. 미국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다. 그만큼 미국에는 100m를 9초대에 끊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100m 세계기록이 공인되기 시작한 건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이다. 첫 기록은 미국의 도널드 리핀콧이 세운 10초6이었다. '마의 10초 벽'은 56년 뒤인 68년 멕시코 대회에서 미국의 짐 하인즈에 의해 깨졌다. 9초95. 8년 전 독일의 아민 하리가 취리히 육상대회에서 10초0을 기록하면서 10초 벽의 붕괴는 예고돼 있었다.

▶ 멕시코 올림픽에서 처음 10초 벽을 깬 짐 하인즈.

지금의 기록은 얼마나 더 단축될 것인가. 미국의 스포츠 생리학자 H W 라이더 박사는 76년 '미래의 육상'이라는 논문에서 "1925년 이후 100m 기록은 연평균 0.01초씩 빨라졌다. 이 추세라면 2028년께 9초34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9초15를 한계기록으로 보는 스포츠 생리학자들도 있다. 현재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스피드다. 옛 소련의 체육과학연구소는 심폐기능의 극대화, 주법의 과학화, 첨단 육상화 개발 등 스포츠 과학의 도움으로 9초70까지 단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엔 9초50을 '꿈의 기록'으로 보는 스포츠 과학자들이 생겨났다. 세계기록을 세운 역대 최고 스프린터들의 신체적 장점을 종합한 인간이 나올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칼 루이스의 체형과 발목, 벤 존슨의 대퇴부 근육, 베일리의 종아리 근육, 그리고 터키의 역도 영웅 나임 슐레이마놀루의 순발력을 두루 갖춘 인간이 '과학적인 훈련을 통해 잠재력을 극대화할 경우'다.

9초대 선수들은 100m를 평균 45걸음 이내에 달린다. 스타트에서 골인까지 한 번도 숨을 쉬지 않는다. 그야말로 단숨에 내닫는 것이다. 피치(초당 걸음 수)는 4.4, 보폭(스트라이드)은 2m20㎝ 이상이다. 루이스가 88 서울올림픽에서 9초92를 기록했을 때 그의 스트라이드는 2m29㎝, 피치는 4.4였다. 초속 10.08m의 스피드로 43.6걸음에 질주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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