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성의학자가 본 클린턴 '색다른 행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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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클린턴의 성행위는 정상인가 변태인가.

윤리적.법률적 비난을 떠나 의학적 잣대로만 본다면 정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성의학클리닉 설현욱 (薛玹旭) 원장은 "위증과 혼외정사란 점을 제외한다면 그의 성행위는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고 말했다.

타인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건강한 남녀가 서로 합의하에 성적 쾌락을 즐기는 것은 비록 보편적이지 못한 행위일지라도 변태는 아니라는 것. 다른 사람의 성행위를 훔쳐보는 관음증 (觀淫症) , 자신의 치부를 일부러 드러내는 노출증 (露出症) , 어린이에게서 성적 쾌락을 탐하는 소아간음증 (小兒姦淫症) 등 성도착증과는 구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상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난잡함에 대해선 그가 성적으로 유치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성적 충동과 욕망을 절제하거나 승화할 수 있는 능력은 지적인 능력이나 사회적 지위와는 관계없이 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 정동철 신경정신과 정동철 (鄭東哲) 원장은 "성적 호기심이 시작되는 3~6세와 2차 성징이 비롯되는 사춘기 무렵 형성된 성적 자아가 평생 지속된다" 고 설명한다.

클린턴의 경우 유아시절 편모슬하에서의 불우한 가정환경과 성적 방종의 대명사격인 전 케네디 대통령을 우상화함으로써 사춘기 시절 무의식속에 성적 왜곡을 갖게 됐을 것으로 미국의 정신과 의사들은 보고 있다.

이 점에서 클린턴은 카사노바가 아니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유아시절 이성부모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콤플렉스) 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구상유취 (口尙乳臭) 의 단계라는 것. 폴라 존스나 르윈스키 등 그와 관계했던 대부분의 여성이 외모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동등한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영웅호색' 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게 대다수의 성의학자들의 견해다.

권력자라서 특별히 여색을 탐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생물학적으로 건강하고 사회.경제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대개 권력자가 되기 때문에 성적으로 방종한 권력자가 많아 보인다는 것. 더욱이 권력자의 사생활은 일반인에 비해 언론 등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더 잘 알려질 뿐이라는 것이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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