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생방송 교육진단프로 '돌발발언'에 당혹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가을 개편을 맞아 '생방송 난상토론' (토 밤8시40분) 을 신설한 EBS가 홍보자료 첫머리에 쓴 내용은 '난상 (爛商)' 의 사전적 의미. "미진함이 없이 충분히 의논한다" 라는 뜻을 미리 알려 왠지 어수선할 것 같은 어감을 완화시키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학 무시험전형' 을 다룬 5일 첫방송은 돌출 상황의 연속. 1시간 30분 동안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참석자들의 발언은 토론자와 당국자를 어지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토론은 차치하고 모처럼 통쾌한 지적을 접할 수 있었는데 이 프로에서 잡히는 특징을 옮기면 이렇다.

▶시민단체가 만든다 = 시청자 주권이 한뼘 자란 느낌. 교육.경제.사회.문화 등의 이슈를 시민들과 함께 선정하고 같이 취재한다.

5일엔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윤지희 사무처장이 교육부 관계자 등을 직접 만나 이것 저것 따졌다.

▶생방송이다 = 가슴을 시원하게 때리는 초강성 발언은 생방송만의 매력. "서울대가 무시험전형 대가로 5년간 1조원을 지원받기로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한 대학교수) , "추천서로 전형한다는데 나는 이런 교육상황에선 솔직히 학생들 추천서 쓸 자신이 없다" (한 교사) .

▶교육방송이 교육부 정책에 딴지?=현재 EBS는 교육부 산하기관. 하지만 토론 주제는 교육부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과감한 시도는 "방송 도중 들어온 시청자 의견 중 반대의견이 압도적" 이라는 진행자 멘트로 이어졌다.

▶한가지 우려 = 12일 방송될 '교사퇴출! 교권침해인가, 교육개혁인가' 편까지 나가고 나면 당국의 생각이 어떨까. EBS 독립에 대한 걱정이 가중돼, 혹여 정부.여당이 '공사화 약속' 을 깰 구실찾기에 골몰하게 되는 건 아닐지.

강주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