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겸영금지 29년 만에 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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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소속인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22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 법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의장석 아래 단상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 처리에 항의, 한나라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형수 기자]

국회는 22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신문법과 방송법·IPTV법 등 미디어 관련 3개 법안과 금융지주회사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1980년 전두환 정부의 강제 언론 통폐합 조치를 계기로 29년 동안 유지돼 온 신문·방송 겸영 금지 규정이 없어지게 됐다.

이날 국회에서 통과된 미디어 관련법은 신문과 대기업의 지분 참여 한도를 지상파 방송의 경우 10%, 종합편성채널 30%, 보도전문채널 30%까지 각각 허용했다. 다만 신문 구독률이 20%가 넘는 신문사는 방송에 진출할 수 없으며, 신문·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겸영은 2012년까지 유예된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윤성 국회부의장의 사회로 오후 3시30분에 시작된 본회의 표결에는 미리 회의장에 들어가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과 친박연대 일부 의원이 참여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당직자들은 본회의장 입구를 겹겹이 에워싼 채 의원들의 출입을 몸으로 막았고 이 과정에서 여야 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국회 근처에 있던 김형오 의장은 본회의장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사회권을 이 부의장에게 넘기고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직권상정과 함께 실시된 표결에서 신문법은 찬성 152표·기권 11표로, 방송법은 찬성 150표·기권 3표로, IPTV법은 재석 의원 161명 전원의 찬성으로 각각 가결됐다.

민주당은 방송법 표결 때 이 부의장이 표결 종료를 선언했다가 다시 투표를 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허용범 국회 대변인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재적 과반수가 안 된 상태에서 투표 종료 버튼이 눌러져 투표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다시 투표를 한 것이므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국회 사무처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 관련법이 처리된 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책임을 느끼고 저와 이강래 원내대표는 의원직 사퇴를 결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오늘 표결은 강압적 분위기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진행되지 않았고 대리 투표가 이뤄져 무효”라며 적법성 여부를 문제 삼고 나섰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는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시행 시기를 2010년 7월로 규정한 세종시특별법을 의결했다.

박승희·임장혁 기자 ,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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