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집단입국 시대] 독일선 어떻게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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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주민들의 대량 탈북사태는 동독 난민들의 탈출 상황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동.서독으로 갈라진 1949년 이후 끊이지 않았던 동독 주민의 탈동(脫東) 행렬은 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무렵 최고조에 달했다. 89년 한해에만 34만4000여명이 서독으로 탈출했다.

당시 동독과 이웃한 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폴란드 주재 서독대사관은 망명을 위해 담을 뛰어넘은 동독 주민들로 가득 차 일시 폐쇄되기도 했다. 대사관으로 들어가지 못한 동독인이라도 이들 동유럽 국가는 동독으로 강제송환하지 않고 서독행을 허용했다.

서독은 50년대부터 동독 난민정책을 체계적으로 펼쳐왔다. 50년 8월엔 '독일연방 내의 독일인을 위한 긴급수용법'을 제정했다. 독일 통일을 앞둔 90년 6월 30일 폐지된 이 법은 동독 난민 중 적격자에 한해 체류허가를 내주고 가족을 초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한편 주택과 일자리도 보장해줬다. 서독 정부는 이 법을 통해 동독인 신청자의 99%를 받아들였다. 51년에는 초기 동독 난민의 절반가량이 25세 미만의 젊은층이라는 점을 감안해 단신으로 탈주한 동독 청소년들을 위한 긴급수용소도 세웠다.

이후 서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합동으로 동독 난민을 관리해갔다. 수용 시설도 연방수용소 외에 주별로 1개씩의 별도 수용소를 운영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수용소의 경우 11만평의 부지에 수퍼마켓.교회.학교.도서관 등 150개 건물이 들어섰다. 지방정부는 이들 난민에게 맞춤형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한편 보조금까지 지급하며 자활의 길을 찾아가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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