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장기이식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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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현대의학의 꽃은 단연 장기이식. 장기이식은 각종 난치병으로 꺼져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거부현상을 해결한 면역억제제의 개발과 외과수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현재 뇌와 안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장기가 이식이 가능하다.

9일 대한의학회가 주최하는 장기이식 심포지엄에 즈음해 국내 장기이식술의 현재를 살펴본다.

장철수 (가명.17) 군은 돌 때부터 하루 두 차례씩 인슐린 주사를 맞아온 소아당뇨환자다.

소아당뇨는 성인당뇨와 달리 당뇨약을 복용해도 효과가 없어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한다.

혈당조절이 어렵고 합병증도 성인당뇨보다 훨씬 빨리 찾아와 혈당관리를 엄격하게 하지 않으면 중년을 넘기기 힘든 무서운 질환. 그러나 현재 張군은 지긋지긋한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고 과자나 사탕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

췌장 이식에 성공한 덕분이다.

張군의 어머니 정춘분 (43.동대문구 이문동) 씨는 "키가 작다고 또래들로부터 놀림을 당하는 일이 없게 됐다" 며 기뻐했다.

수술을 집도한 서울중앙병원 장기이식센터소장 한덕종 (韓德鍾) 교수는 "췌장 이식술은 혈당조절이 잘 되지 않거나 합병증이 나타나기 시작한 소아당뇨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 이라고 말했다.

췌장 이식술은 92년 처음 시술된 이래 3개 병원에서 24건이 이뤄졌다.

수술 후 1년 동안 췌장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는 1년 장기 생존율은 65% 수준. 70~80%에 이르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조금 낮지만 이식 건수가 적은 것에 비해 좋은 성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생체 부분 간 이식은 췌장 이식과 더불어 국내 이식 외과의 수준을 높인 또 하나의 영역.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므로 뇌사자의 기증장기 부족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

94년 첫 시술의 성공이래 지금까지 8개 병원에서 80건의 생체부분 간 이식술이 이뤄졌다.

1년 장기 생존율은 뇌사자 간 이식 (62%) 보다 높은 80%.기증자가 죽거나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킨 경우는 아직까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중앙병원 일반외과 이승규 (李承奎) 교수는 "어린이의 경우 선천성 담도폐쇄증, 성인의 경우 1년 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큰 말기 간경변증이 생체 부분 간 이식술의 대상" 이라고 들려준다.

간암절제술로 치료가 가능한 일반적인 간암은 생체부분 간 이식술의 대상이 아니다.

간경변이 심하다든지해서 간암절제술이 불가능한 간암만이 간 이식술 대상이다.

서로 혈액형이 같고 간을 제공하는 이의 체격이 커 떼어낼 수 있는 간이 크기만 하면 생체 부분 간 이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부모와 자식, 형제와 부부간 이식이 대부분이지만 친구간 이식도 두 건이나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李교수는 "B형 간염환자가 많은 우리 나라에선 이식수술 후 B형간염 재발이 가장 큰 문제였으나 B형 간염 항체를 추출해 만든 면역글로불린 주사의 개발로 재발률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게 됐다" 고 말했다.

심장 이식수술은 선진국과 겨뤄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수준. 전국 10개 병원에서 1백15명에게 시술돼 현재 83%인 95명이 생존해 있다.

특히 서울중앙병원의 경우 51명 중 자살한 1명을 제외하고 6년 동안 49명의 환자가 생존해 있다.

심장과 폐를 동시에 이식하는 심폐동시이식술도 인천중앙길병원과 서울대병원에서 3차례 시행된 바 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폐 이식과 소장이식은 아직 국내 의료진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상태. 폐 이식의 경우 지금까지 두 건이 시행됐으나 모두 2개월 내에 사망했으며 소장 이식은 아직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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