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입학사정관제 도입 3년 … 합격생 분석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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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떤 학생들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했는지, 그들의 대학생활은 어떤지에 관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합격생들의 출신 지역 분포나 남녀 비율, 특목고 출신 비율 등의 정보도 오리무중이다. 열려라 공부가 2007년부터 3년간 실시된 중앙대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들의 정보를 단독 입수, 궁금한 점들을 살펴봤다.

중앙대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과 일반계고 출신 비율이 높았다. 사진은 중앙대 입학사정관들의 모습. [최명헌 기자]

특목고 우대·고교등급제 활용 안해

2009학년도 다빈치형 인재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의 80.7%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출신이었다. 특히 서울 지역 출신이 48.4%로 가장 많았다. 입학사정관 전형 시행 첫해인 2007학년도 CAU인재다양화 전형(30명 모집) 합격생 중에서도 수도권 출신이 81.9%를 차지했다. 경기 지역 출신이 45.5%로 가장 많았고 서울 36.4%, 울산·전남 지역이 각각 9.1%로 뒤를 이었다. 오정현 입학사정관은 “지방의 경우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홍보가 수도권에 비해 부족했던 탓”이라고 분석했다.

일반계고 출신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예체능계열 모집을 포함했던 2007학년도에는 일반계고 출신 비율이 45.4%, 과학고와 예체능고, 전문계고 비율이 각각 18.2%로 조사됐지만, 2008학년도부터는 일반고계 출신 비율이 70%대를 넘어섰다. 2008학년도에는 일반계고 72.7%, 과학고·자사고·외국어고 출신 비율이 각각 9.1%였다. 2009학년도에는 일반고 출신이 77.5%로 증가했다. 특목고 출신 비율은 3.2%로 낮아졌으며 대신 해외 소재 고교 출신자가 19.3%를 차지했다. 박상규 입학처장은 “특목고 출신의 경우 일반계고 출신에 비해 교과성적이 떨어지기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분석된다”며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특목고 우대나 고교등급제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2008학년도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의 전공계열을 분석한 결과, 자연계열 학생이 인문계열에 비해 2배 정도 많았다. 의학부를 비롯해 생명과학과와 화학신소재공학부, 간호학과 등 특성 있는 학과에 관심을 갖고, 오랜 시간 관련 경험을 쌓은 수험생이 몰렸기 때문이다.

지원 성향, 다른 전형 합격생과 확연한 차이 보여

2009학년도 입학사정관 전형(다빈치형 인재전형) 합격생 30명과 다른 전형 합격생 2400명을 대상으로 지원 성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의 경우 중앙대에만 지원한 학생이 51.6%로 조사됐다. 기타 전형 합격생의 87.8%가 “3개 대학 이상에 중복 지원했다”는 결과와 대조를 이룬다.

또 전체 신입생의 78.2%가 “입시 지원 전 1개월을 앞두고 지원대학을 결정했다”고 답했지만,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들은 “여름방학을 포함해 3학년 1학기 중에 지원 대학을 결정했다”는 대답이 64.5%로 가장 많았다. 합격생의 75%가 “1년 정도 지원 대학을 탐색했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입학사정관 전형의 경우 학교마다 강조하는 부분과 요구하는 스펙이 달라 기간을 두고 서류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들이 지원 대학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본 부분은 ‘대학의 인지도와 평판→취업 전망→학과의 명성→대학이미지’ 순으로 수능성적을 1순위로 뽑은 다른 전형 합격생들과 차이를 보였다.

또 많은 지원자가 학교 홈페이지 방문과 캠퍼스 방문, 인터넷 자료검색 등 스스로 정보를 취득하는 방법을 통해 학교·학과 정보를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원 학교와 학과 정보를 묻는 입학사정관 전형 면접에 대비해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려 했던 것. 오 사정관은 “다른 전형 지원자들은 중앙대 재학 선배로부터 대학 정보를 얻는 데 비해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들은 학교 측에 직접 전화를 걸어 전형에 관한 정보를 물었다는 답변이 많았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들은 지원대학 결정에 오랜 시간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중앙대]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 대학 평균학점 높다

2007, 2008학년도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들을 대상으로 수상실적과 내신성적 등급의 상관관계도 조사해 봤다. 결과는 정비례관계가 있다는 것. 고교 시절 수상 실적이 많을수록 교과 성적이 우수했다는 결론이다. 수상 실적과 봉사시간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수능성적 없이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이 공부를 잘할 수 있겠느냐”는 통념을 깼다.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입학한 대부분의 학생이 전체 평균 평점 3.03(2007학년도 입학생)점, 3.06(2008학년도 입학생)점보다 높은 학업성취도를 받았다. 특히 2008학년도 21세기 다빈치형 인재전형 합격생들은 평균 평점 3.4점을 얻었다. 박 처장은 “교내상 수상 실적과 봉사시간은 학생의 학점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외의 결과였지만, 고교에서 열심히 한 학생이 학업에도 열성적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며 “대학 학점은 고등학교 내신성적보다 교내상 수상 횟수와 연계성이 크지만, 100시간 이상의 봉사실적이 있는 학생들의 경우 학점이 조금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최석호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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