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미인대회 장기자랑 '삼일 속성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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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자랑요? 삼일 속성으로 배웠어요."

넘치는 끼와 열정 그리고 젊음. 68명의 여대생이 뿜어내는 열기가 월드미스유니버시티 합숙소를 뒤덮었다. 20일 열리는 한국본선대회를 위해 자신의 끼와 매력을 선보여야 하는 그녀들에게 가장 안타까운 것은 시간이다. 오전 7시 일어나 다음 날 새벽 2~3시까지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공식적인 일과는 오후 11시면 끝난다. 하지만 연습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한다. 무엇을 위해 이런 노력을 하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한결같다. “본선대회는 68명 모두의 무대잖아요. 제가 부족하면 나머지 67명의 친구들 무대까지 망치게 될까봐 두려워요.”


장기자랑 연습으로 잠 못 드는 미녀들

참가자들의 숙소는 어떨까? 미녀 여대생에 대한 환상(?)을 한가득 가지고 숙소를 방문했다. 박지선(22). 정영지(21), 김지원(21), 이은유(21) 양이 머무는 411호실. 4인 1실의 방에는 드레스, 악기 등의 장기자랑 소품으로 가득했다. “개인안무에서 단체안무까지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먹어도 먹어도 배고파요.”, “단 것이 먹고 싶어요.”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했던가... 인터뷰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귀여운' 불평이 쏟아졌다. “전 선천적인 '뻣뻣'인데 웨이브가 너무 힘들어요.” 김지원 양(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게 안무는 고난의 행군이다. 그 압박감에 합숙 이틀 만에 꿈속에서도 안무연습을 했다고 한다. 연일 반복되는 힘든 연습 속에서 정영지 양(고려대학교 법학과)의 바이올린 연주는 웨이브에 지친 그녀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준다. “초등학교 때 배운 부족한 솜씨에요. 대학에서 공연을 할 기회도 있었고, 이번 대회도 있고 해서 큰 마음먹고 하나 장만했어요.” 대회 준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숨겨놨던 그녀들의 비밀이 하나하나 드러났다. “이틀 만에 배웠어요.”, “삼일 속성으로 배웠어요.” 장기자랑의 준비과정의 비밀들이 봇물처럼 터지는 순간이었다. 준비한 장기를 보여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이은유 양(건국대학교 영화학과)이 뮤지컬 시카고의 ‘All that jazz'를 멋지게 연기했다. 쏟아지는 친구들의 환호 소리. 그러나 이은유 양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도 속성이에요” 어린 시절 배웠던 장기를 되살리기 위해 속성반은 그녀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모두가 함께 밥을 같이 먹는 이유는?

한방을 쓰는 네 명이다 보니 친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유독 서로를 챙겨주는 시간이 있다고 한다. 그 시간은 바로 식사시간. 친한 친구들과 모여 함께 식사 하는 것도 좋지만 이유는 따로 있다. “밥은 꼭 먹어야죠. 밥힘으로 사는데...” 라고 말하지만 이는 진심이 아니다. 서로 다이어트를 못하게 견제하는 것이다. 분위기 메이커 박지선(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양이 너스레를 떤다. “식사 거르면 안 된다. 속 버린다. 하면서 무조건들 같이 가요. 너무 챙겨주죠.” 그녀의 입을 쳐다보던 세 명의 미녀들이 정곡을 찌른다. “나 혼자 살찔 순 없잖아.” 정영지 양은 “법대생이라 고시 공부를 하고 있어요. 늘 공부에 지쳐있었죠. 하지만 이곳에서 다양한 경력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니까 너무 좋아요. 합숙이 좀 더 길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아쉬워했다.

뉴스방송팀 최영기, 강대석 기자 ▶ [미스유니버시티 무대의 여대생 화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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