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권력관리 방식]고삐만 쥐고 책임은 줄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정일은 권력의 거품이 아닌 권력의 고삐를 선택했다.

권력 실세 자리인 국방위원장과 총비서직을 거머쥔 김정일은 베일 뒤에서 국정을 리모트 컨트롤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6일 뚜껑이 열린 헌법 개정에 따르면 김정일은 국방위원장직을 확보하게 됐다. 물론 이밖에도 당중앙위 총비서, 정치국 상무위원, 중앙군사위원회위원, 최고사령관 등 4개의 타이틀이 더 있다.

외형적으로는 국가주석직을 보유하고 있던 김일성에 비해 정치적 위상이 다소 떨어지는 인상이다.

그러나 김정일이 국방위원장.당총비서만 선택한 배후에는 국정 전반을 수렴청정 (垂簾聽政) 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내각제가 이번 헌법개정의 하이라이트다.

그동안 국가주석의 정책 집행 기관 수준에 머물러 있던 정무원은 상급기관인 중앙인민위원회가 폐지되면서 외형적인 독자성을 갖게 됐다.

그러나 당 (黨) 우위 북한 체제에서 김정일이 노동당을 장악하는 총비서다.

따라서 내각 총리에게 넘긴 권한 위임은 한계가 뚜렷하다.

실제로는 김정일의 내각 통제가 더욱 죄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정일의 '방탄 내각' 구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제난이 가중되면 내각 총사퇴로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김정일이 국방위원장직을 맡은 것은 군부.제2경제 (군수산업).체제보위는 직접 직할체제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신임 홍성남 총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내각 각료들이 무색무취한 실무형 테크노크라트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 이는 김정일이 군부와 전문 관료를 쌍두마차로 내세워 조심스런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세종연구소의 이종석 (李鍾奭) 박사는 "북한은 변하기 시작했다" 고 전제, "김정일의 개방은 두걸음 나갔다 한걸음 후퇴하는 갈지 (之) 자식 개방이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최원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