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공위성 발사 발표]긴박한 국방·외통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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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측이 4일 '인공위성 성공발사' 를 발표하자 국방부.통일부.외교통상부 등 정부 대북관련 부서에 비상이 걸렸다.

사실이라면 50년대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 미국에 안긴 '스푸트니크 충격'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아니다' 쪽으로 정부 판단이 옮겨갔다.

○…오후 5시를 넘기면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성공 주장이 알려지자 국방부는 일순간 당황하는 모습.

예상치 못한 북한 주장에 김진호 (金辰浩) 합참의장은 일정을 취소하고 정보관계자 회의를 소집하는 등 국방부는 모든 채널을 동원,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 주장이 허위라는 쪽으로 선회하는 분위기. 강준권 (姜浚權) 국방부 대변인은 오후 9시쯤 "사실 확인중" 이라는 간략한 발표로 국방부 입장을 설명.

고위 정보관계자는 "북한은 1천5백㎞가 넘는 미사일의 탄착지점을 확인할 만한 레이더 시스템이 없다" 며 "미국도 새로운 인공위성이 있다는 내용을 우리측에 전달하지 않았다" 고 밝혔다.

다른 정보관계자도 "인공위성 발사를 주장한 조선중앙방송이 대내용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그러나 한.미연합사를 통해 미 첩보위성의 발사현장 사진에 대한 판독결과를 재요청하는 한편 주일 (駐日) 무관을 통해서는 일본측 정보분석을 부탁했다.

다른 정보부대에선 북한 주장대로 "김정일 (金正日) 찬양방송" 이 나오고 있는지 확인을 계속하는 등 이날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통일부도 강인덕 (康仁德) 장관 주재로 오후 7시쯤 비상 간부회의를 열어 북한측 반응과 추가 정보상황을 재점검했다.

북한은 지난 2일 "일본이 우리가 미사일 실험을 하건, 무엇을 하건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 소리나 떠드는 것은 경망스런 일" 이라고 모호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날 일본에서 귀국한 홍순영 (洪淳瑛) 외통부장관 등 일행도 "출영차 공항에 나온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도 제2의 북한 미사일 발사를 우려하는 얘기뿐이었다" 며 당황했다.

통일부.외통부는 주한 (駐韓) 미국대사관 정보관계자 등 외교채널을 통해 확인작업을 시도했으나 "난센스 같다" "내일 (5일) 중 미 정부가 발표하게 될 것" 이라는 얘기만 들었을 뿐 명확한 확인에는 실패했다.

일부 관계자는 "86년 김일성 (金日成) 사망소동 때처럼 한.미.일 정보능력을 시험해보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 이라고 분석했다.

미사일이건, 위성이건간에 5일 김정일 주석 추대에 맞춰 체제강화의 포석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게 정부당국의 판단이다.

최훈.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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