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구조조정 숙제]'밥그릇 싸움'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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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진통 끝에 5대그룹의 구조조정 계획이 일단락됐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정부.정치권의 재촉에 못이겨 급히 안을 만들어 봉합했기 때문에 실무추진 과정에서 부닥칠 난제가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벌써부터 과연 '밑그림' 대로 구조조정을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걸림돌 많은 공동회사 경영 = 유화.항공.철도차량 등 상당수 업종에서 공동회사를 만들기로 했지만 실제 경영과정에서는 어려움이 많을 전망이다.

유한수 포스코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동등한 지분을 소유한 회사들의 이해가 대립되면서 갈등이 나타나고 경영상 판단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으며, 책임 경영이 제대로 안될 가능성도 있다" 고 지적했다.

특히 인력 조정과 인사 문제로 각사 출신간에 '밥그릇 싸움' 이 벌어져 후유증이 오래 갈 우려가 있다.

◇ 사후 정산 쉽지 않다 = 각사의 자산.부채.기술 등을 사후평가하는 과정에서 시비가 적지 않을 것 같다.

제3자에게 평가를 맡긴다고는 하지만 결과에 따라서 각사간 득실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 대우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특히 공동회사의 경우 평가 결과에 따라 각사의 지분율이나 추가출자 규모 등이 좌우되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될 것이며, 회사간 통합이 아닌 사업부문별 통합의 경우 평가기준이 더욱 모호하다" 고 지적했다.

게다가 정부 지원이나 외자유치 등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당초합의안 흐트러질 경우 각사가 다시 대처방안을 합의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각자의 기존 외국제휴선과의 관계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관심거리다.

◇ 고용조정 문제 = 구조조정 효과가 극대화되려면 통합후 고용조정이 불가피한데, 흡수합병이 아닌 공동회사라는 어정쩡한 형태가 되면 강력한 고용조정이 어려워진다.

고용조정에 앞장설 주체가 명확치 않고, 조정 대상 인원 배분을 둘러싼 난맥상이 예상된다.

각사 노조가 이에 어떤 반응을 보일 지도 주요 요인이 된다.

◇ 독과점및 특혜 시비 소지 =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빅딜에 대해서는 독과점정책에서 예외 적용하겠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 입장이지만, 특정 업종에서 공동회사 등 거대기업이 생기게 되면 다른 기업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유한수 선임연구위원은 "외국기업들이 이 부분에 시비를 걸 소지도 있으며 정부가 마련중인 금융.세제 지원에 대해 중소기업 쪽에서 특혜시비를 제기할 소지도 있다" 고 말했다.

◇ 매수청구권 장벽 = 중대한 경영상 변동있을 때는 주주에게 매수청구권 행사여부를 묻게 돼 있는데, 만약 주가가 떨어질 경우 권리 행사가 줄을 이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구조조정 자체가 벽에 부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훈.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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