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5대그룹 반응]삼성·대우·LG '대체로 만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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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날 결과에 대해 5대그룹의 반응은 다소 엇갈리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크게 손해본 것은 없다" 는 분위기. 현대의 경우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은 반도체 부문을 들어 "썩 내키지는 않는다" 는 아쉬움을 표시했으나 한화에너지 인수 등에 만족하고 있으며 삼성.대우.LG 등은 "명분과 실리를 함께 챙겼다" 는 반응이다.

◇현대 = 정유.발전설비 부문에서는 대체로 만족하지만 반도체에 대해서는 "공동경영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이해득실을 따지기 보다 우려가 앞선다" 는 입장.

그러나 현대는 철도차량.선박용 엔진사업부문을 선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특히 현대.삼성.한국중공업 등 3개 업체가 몰려 경쟁이 치열하던 선박용 엔진사업 부분을 일단 한중 - 현대 2사 공급 체제로 단순화시켜 향후 해외선박 수주.고부가가치선 개발 등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특히 한화에너지를 인수해 국내 정유시장 점유율이 9% (5위)에서 20%로 껑충 뛰어 유공.LG에 이어 업계 3위 자리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 구조조정본부 박영세 (朴泳世) 이사는 "장사가 잘 돼 알토란 같은 선박용엔진부문을 내놓은 것만 봐도 실리만을 쫓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을 것" 이라며 빅딜에 적극 협조했다는 사실을 강조.

삼성은 항공.유화 등 나머지 부문에 대해 모두 당초 뜻대로 이뤄져 큰 불만은 없다는 반응이다.

논란이 돼왔던 자동차 부문을 일단 이번 협상대상에서 제외시킨 데다 선박용 엔진.항공 등 경영 압박이 가중된 사업부문의 부담을 상당 부분 털었다는 점에서 실익을 챙겼다는 평가다.

◇LG=반도체를 둘러싸고 현대와 막판 줄다리기 끝에 당초 실무진이 합의한 내용대로 공동회사로 결론이 나자 내심 흐뭇해 하는 표정. LG관계자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빅딜에 적극 참여했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LG측은 그룹 자체가 정유.유화부문과 전자부문 2대 업종을 모태로 사세를 키워왔는데 빅딜로 인해 '한쪽 날개' 를 잃은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대우.SK=대우 관계자는 "항공.철도차량 부문을 대우중공업에서 흔쾌히 내놓은 것만으로도 국가경제를 생각해 우선 양보한 것으로 해석해 달라" 고 주문.

대우는 특히 항공.철도부문 모두 공동회사를 차리게 돼 앞으로 지분에 따른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주력 업종이 에너지와 정보통신으로 모두 수직계열화돼 있어 빅딜에서 제외된 SK는 다른 회사의 중재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시래.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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