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법무장관 퇴임사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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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감회가 깊습니다.여러분도 저와 같을 겁니다.마음을 적신듯한 채움과 감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빛내주기 위해 참석해 주신 법무부 가족과 검사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제 마음이 착찹하기도 하지만 흐뭇하고 따뜻한 뭔가가 가득하고 평화로움을 느낍니다.처음 여기 왔던 날 기억이 납니다.굉장히 낯설게 느꼈고 경계했고 불안해 했습니다.참 짧은 1년 5개월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하면 두렵게 낯설게 만나 서로 마음 열고 같이 극복해하면서 하나의 길을 만들어 왔다는 믿음이 제게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마치 저의 이미지인 양 개혁을 말해왔습니다.저도 수없이 개혁을 생각했습니다.떠나면서 다시 생각하건데 개혁이란 무엇이고 왜 개혁을 해야하고 무엇을 바꾸자는 것일까요.그 답은 하나밖에 없습니다.여기 오기 전에 살아오면서 고민하고 갈등했던 것은 답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여러분과 갈등하고 싸우고 사랑을 나누기도하면서 얻어냈고 답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마음으로 말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자기 마음을 알기위해 타인의 마음을 알려하고 말하고 하는 것이 인생입니다.너무 낯설게 만난 여러분과 사랑을 나누고 기쁘게 떠납니다.

개혁이란 서로 믿고 오로지 안간다움을 실현하는 것입니다.그것을 가로막는 오해와 불신을 없애는 것입니다.그것은 제도의 개혁,문화의 개혁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 서로 같이하는 것입니다.굳이 개혁을 말하지 않더라도 여러분이 제말에 동의하신다면 우리는 개혁되고 있습니다.

서로 소중하고 자유롭게 노력하고 우리에게 믿음이 있고 겸손함을 이미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마음을 열고 진실로 만난다면 모두가 아름답고 기쁜 응답을 줄 것입니다.

무슨 말씀 드릴까 생각해봤지만 딱히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진짜 하고싶은 말을 못하고 떠나는지 모르겠습니다.전국의 검사 한분한분 이름을 부르고 싶습니다.고생이 많았습니다.오해와 갈등도 있었지만 한길을 가면서 그 결절점을 찾아내고 떠나게 돼 기쁩니다.여기 떠나면서도 결국은 이게 아니다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의 길을 찾아와 기쁘게 떠나게 돼서 감사합니다.

회한이 있다면 어느 순간 장관직에 대한 회의가 들때가 있었습니다.권력관계나 정치적 네트워킹 사이에서 본연의 임무를 못하는, 정치의 중심 속에서 움직여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그러나 그 가운데 직원들이 일깨워주신 것이 있습니다. 법무부 직원 한분 한분을 소중히 느끼고 서로 소통하는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역할을 다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1년5개월이라는 기간이 짧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한분 한분 손잡고 얘기를 나누기엔 부족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목소리가 작아지고 목이 잠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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