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 건강 이야기] 뇌와 뼈를 위한 건강 음료, 우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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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목이 마를 때 청량음료와 과일주스.우유.커피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당신의 혀가 평소 건강을 배려하는 쪽으로 길들여져 있다면 우유를 고르게 될 것이다. 우유는 맛이란 차원에선 멋대가리가 없는 음료다. 청량음료처럼 시원하지도 않고, 과일주스처럼 달지도 않다. 커피처럼 대뇌를 자극하는 효과도 없다. 그저 밋밋하고 텁텁하다. 그러다 보니 요즘처럼 무더울 땐 우유 소비량이 급감한다. 한국인의 연간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3년 기준 38.2㎏이다. 하루 반 잔도 채 안 마시는 셈이다. 미국의 91.3㎏, 핀란드의 181.5㎏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우유를 자주 마시는 것이야말로 가장 손쉽게 건강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우유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 두 가지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우유는 스트레스에 시달린 당신의 뇌를 달래준다. 우유 속에 풍부하게 함유된 칼슘과 트립토판 등 아미노산이 중추신경을 이완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현대인은 능률 지상주의에 매여 산다. 그러다 보니 은연중 우리 혀도 자극적인 음료에 길들여진다.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와 콜라, 코를 톡 쏘면서 구강점막을 자극하는 탄산가스 음료, 과당이란 단맛을 통해 뇌를 각성시키는 과일주스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음료는 단기간 뇌를 자극해 업무능률 향상에 기여한다. 그러나 충전하지 않은 채 방전만 해대면 결국 폐기처분되는 배터리처럼 뇌도 휴식이란 이완없이 자극만 해대면 탈진에 빠지고 만다.

이 점에서 우유는 훌륭한 재충전 음료다. 잔뜩 날이 선 뇌세포를 누그러뜨림으로써 당장 능률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저력(potential base)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열대야로 잠 못 이룰 때도 취침 한 두시간 전 우유 한잔을 마시면 숙면에 도움을 준다.

둘째, 우유는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 한국인의 뼈는 매우 취약하다. 이유는 칼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칼슘 섭취량은 500㎎ 정도다. 이것은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를 위한 권장량 1200㎎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뼛속의 칼슘이 빠져나가 푸석푸석해지는 골다공증이 생기게 되면 사소한 충격에도 쉽게 부러진다. 노인들에게 골다공증은 치명적이다. 레저와 여행 등 여가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으며 행여 골절이 생기면 장기간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혈관에서 혈전이란 부스러기가 잘 생겨 궁극적으로 뇌졸중이나 심장병으로 숨지게 된다. 칼슘을 가장 손쉽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우유다. 칼슘이 많이 함유된 식품으로 멸치도 있고 시금치도 있지만 우유가 흡수 면에서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유 한 잔엔 대략 200㎎의 칼슘이 들어 있다. 한국인의 경우 하루 우유 두 잔만 마셔도 칼슘 결핍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시판 중인 고칼슘 우유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칼슘은 보통 우유처럼 다른 무기질인 인(燐)과 1대1의 비율로 섞여야 흡수가 가장 잘 된다. 칼슘만 따로 보강한 고칼슘 우유의 경우 오히려 체내 칼슘 흡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유의 장점을 한가지 추가한다면 값이 싸다. 생수보다 싸다고 하니 올 여름 건강을 위해 우유를 많이 마셔볼 일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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