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의 그린수기]45.끝 '영원한승자'되기위해 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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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제 수기를 마치게 됐다.

중앙일보에서 처음 수기 연재 제의를 받았을 때 무척 망설였다.

내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수기를 쓴다는 게 왠지 쑥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간에서 나를 지나치게 영웅시하거나 아무 근거 없이 깎아내리려는 것에 대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결국 독자들에게 '인간 박세리' 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뿌리치지 못해 연재를 시작하게 됐다.

수기가 연재되면서 한국에서 오는 팬레터가 무척 늘었다.

"공동묘지 사건이 정말 있었던 일이냐" 고 묻기도 했고 "감동을 받았다" 는 사람도 있었다.

"아버지가 혹시 계부 아니냐" 는 농담 어린 질문도 받았다.

미국사람들에게선 '공동묘지 사건과 투견장 견학' 에 대해 아동학대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만큼 미국과 한국은 정서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사실 아버지에게서 받은 훈련은 별문제가 아니었다.

골프를 처음 배울 때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골프에 대한 편견이었다.

요즘은 조금 나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골프는 일부 특수층이 즐기는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내가 아버지를 존경하는 것도 바로 이런 편견과 냉대에 맞서 나를 키워낸 강인한 정신 때문이다.

아마 아버지와 나의 특별한 관계, 우리 부녀의 독한 성격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골프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는 한국 현실에서 세계적인 선수가 얼마나 나올 수 있을까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헝그리 정신 하나로 세계를 제패하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나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요즘 한국에서 골프 지망생들이 많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받아온 훈련방식을 그들에게 강요하는 일이 절대 없기를 바란다.

결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선수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나의 수기를 읽으면서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골프를 해왔는지 알게 됐을 것이다.

나에 대한 모든 평가는 독자들에게 맡긴다.

이 지면을 통해 팬레터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에 답하고 싶다.

"골프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 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정신력과 겸손이라고 생각한다.

위기가 닥쳐도 극복할 수 있는 정신자세와 누구에게나 배울 게 있으면 배우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만 갖추면 세계적인 선수로 크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기량은 연습과 경험으로 쌓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다소 부진하더라도 애정 어린 눈으로 보아주시길 당부한다.

나는 '영원한 승자' 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중앙일보 독자들에게 약속한다.

그동안 보내주신 많은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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