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으로]미 MIT 킨들버거 교수 '대공황의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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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근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이후 국내 경제는 공황으로 치닫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안은 채 허덕거리고 있다.

세계경제를 관망하는 경제학자들도 현 상황이 단기적 위기만은 아니라고 본다.

실제 태국 바트화의 폭락과 함께 시작된 통화위기는 한국.인도네시아 등을 비롯 아시아 각국으로 퍼져나갔고 급기야 러시아는 모라토리움 (지불유예) 을 선언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시점에서 1930년대 전세계를 휩쓴 대공황을 세밀하게 분석한 찰스 P 킨들버거 (미 MIT대) 교수의 '대공황의 세계' 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도서출판 부키刊.박명섭 옮김) .그는 책에서 당시 대공황에 대해 풍부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실증적 분석을 시도한다.

저자는 우선 30년대 대공황은 세계경제의 리더십 부재에서 나왔다고 진단한다.

리더십 부재는 곧 국제통화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켰다.

더욱이 당시 각국은 시장개방이나 투자확대보다는 자국만을 생각한 보호주의 무역에 혈안이었다.

예컨대 30년 미 후버 대통령은 관세품목의 세율을 52%나 인상시키는 조치를 취했고 영국을 비롯한 각국은 수입감소를 위해 대대적인 평가절하를 단행한다.

이런 환경속에서 세계의 경제는 성장의 씨앗이 잘려 버렸던 것. 이럴 때일수록 금융위기를 막을 지도력이 필요했지만 영국은 그럴 능력이 없었고 미국은 그럴 의사가 없었다고 분석한다.

그래서 저자는 당시 각국 수뇌부의 무지에 대해 질타한다.

실업이 속출하고 은행이 도산하는 상황에서 반목과 경쟁으로 일관하는 정치가들의 무지 탓에 공황이 10년간이나 지속됐다는 것이다.

최근 현상들을 보면 당시의 모습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생산과잉, 통화절하 경쟁, 보호무역주의의 대두 등. 특히 일본의 경우 아시아의 경제위기에 대처해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커녕 엔화 가치의 하락을 수수방관 하고 있다.

만약 중국마저 위안화를 절하한다면 세계경제는 일대 재앙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저자는 결론적으로도 세계경제를 움직일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한다.

자유무역의 기조를 유지시키고 투자를 확대하며 긴급 대여로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는 리더십. 그래서 저자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리더십에 대해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새로운 국제기관의 창설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한다.

그러나 리더십의 조건은 있다.

이전까지 강대국들이 보여준 자국중심의 리더십이 아니라 세계를 위한 새로운 리더십을 바라는 것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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