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크지 '이다'2003년 가을호 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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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2000년대가 시작된 지 벌써 3년. 찌는 듯한 여름이 가고 또 찌는 듯한 가을이 지속 되고 있다.

이상기온일까. IMF의 깊은 그늘에서 아직도 허덕인다.

2002년 월드컵 개최는 의외로 성공적. 경기준비도 그러했지만 무엇보다 1승이란 소망을 이뤘고 16강에도 진출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수모를 안긴 네덜란드, 그리고 유고와 무승부를 이룬 다음 칠레를 3대0으로 꺾었다.

하지만 16강에서 불행히도 브라질을 만나 승부차기에서 대표팀의 고참인 고종수의 실축으로 그만 탈락. 그래도 최근 몇년간의 기쁨 중에 하나였다.

(축구평론가 강석진의 '축구광 강축구씨의 일장 '축' 몽' ) 프랑스에서는 카프가의 '성 (城)' 미발표 원고가 발견돼 전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프랑스 문예지 '마가진 리테래르' 6월호는 카프카의 최후의 연인 도라 디아만트와 카프카가 머물렀던 베를린 근교 쉬데그리츠의 작은 아파트에서 이 미발표 원고를 특종 발견한 것. 한편 독일 문헌학계는 원고 발견의 특종을 프랑스에 빼앗겨 매우 우울한 상태에 빠져있다.

현재 프랑스는 원고 전체의 발표를 미루고 있으며 일부 공개한 것도 프랑스어로 번역돼 독일의 애간장은 더욱 타고 있다.

(문화평론가 성기완의 '카프카의 성, 미발표 원고 발견' ) 문화무크지 '이다' 2003년 가을호가 발간됐다.

(문학과 지성사刊) .부제는 '2003년, 오늘의 문화를 읽는다' .지금 발간됐으면서도 잡지는 2003년 가을이란 시.공간을 택해 미래의 문화지형도를 얘기하고 있다.

세번째 출간을 맞는 '이다' 가 이번엔 전혀 엉뚱한 곳으로 기항지를 택한 것. 미래를 미리 보고자 하는 욕망은 미아리 점집을 드나드는 아낙네들만 아니라 문화부흥을 꿈꾸는 식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2003년 가을 서울에는 '사이버 섹스 거부운동' 이 일어나고 실제 개인들의 '리얼타임 섹스' 장려운동이 한창이다.

세계의 경제상황은 전세계 모든 나라들이 달러의 채무국이 되어 세계 경제질서는 채권 - 채무의 관계만 형성돼 있다.

또 빌 개츠비 저서의 '즐거운 한대' (마광수 번역) 와 동북아 국가의 지식인들이 벌인 토론집 '아시아적 가치 논쟁' 등이 21세기를 움직일 10권의 책으로 선정됐다.

이밖에 이번호에는 '2003년1월1일 : 유쾌한 동성애, 정체화되지 않은 이반' , '급변하는 지구 위의 새로운 진화' 그리고 2003년 발표된 시와 소설들이 '이다' 를 꾸미고 있다.

실제 2003년 가을의 모습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장' 이란 비난에 뾰족한 대안이 없는 출간이지만 그 시도만으로도 미래를 생각할 공간을 한뼘 넓혀놓았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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