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가 ‘바이 코리아’ 이끌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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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올 상반기 외국인 투자자의 ‘바이 코리아’를 이끈 건 헤지펀드 자금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거래소시장에서 총 6조2763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중 가장 많은 주식을 산 나라는 룩셈부르크. 총 1조8179억원어치를 사들여 미국(1조5476억원)을 앞섰다. 3위는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령 케이맨제도(1조854억원)가 기록했다.

룩셈부르크와 케이맨제도는 모두 대표적인 조세 피난처로 헤지펀드의 근거지다. 지난해 금융위기 여파로 헤지펀드 시장이 타격을 입었을 때 두 나라 투자자는 총 11조원이 넘는 국내 주식을 내다팔며 ‘셀 코리아’를 주도했다. 하지만 올 3월부터 이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다시 순매수로 돌아섰다.

12위를 기록한 영국령 섬 저지(1349억원)까지 포함하면 조세 회피지역이 상반기 외국인 순매수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48.4%에 달한다. 대신증권 이승재 연구원은 “글로벌 헤지펀드에 다시 자금이 유입되면서 지난해 외국인 순매도에 앞장섰던 헤지펀드 자금이 이제는 순매수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계 자금은 올 4월 22개월 만에 순매수로 돌아선 뒤, 세 달 연속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달엔 한 달 새 1조6114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기도 했다. 미국계 자금은 대부분 장기투자용 펀드 자금으로 분류된다.

이 밖에 사우디아라비아(5249억원)·쿠웨이트(594억원)·아랍에미리트(225억원)도 순매수를 기록했다.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투자에 나서는 이 중동 3국은 지난해 이후 국내 시장에서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상반기에 국내 주식을 가장 많이 내다 판 나라는 싱가포르(1조4997억원 순매도)였다. 지난해 순매수 1위를 기록했던 싱가포르는 최근 세 달 동안 주식을 대거 팔아 치웠다. 3~5월 국내 주식을 사들였던 영국과 캐나다는 지난달엔 순매도로 돌아섰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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