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복제약 사업에 삼성이 뛰어든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삼성전자가 바이오·제약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우리말로 , 단백질 복제약이라는 분야다. 지식경제부는 8일 이 회사와 이수앱지스·제넥신·프로셀제약이 공동 추진하는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을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 26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삼성전자 신사업팀을 이끄는 고한승 전무는 “이 분야의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대규모 생산설비를 통한 원가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여러 전문가로부터 들었다”며 5년간 5000억원 정도 투자할 뜻을 내비쳤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의 바이오 시장 진출을 계기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관심이 새삼 커지고 있다.

합성신약의 특허 기간이 끝나면 복제약의 생산과 판매가 가능하다. 이 복제약을 ‘제네릭(Generic)’이라 부른다.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똑같이 작용한다는 뜻이다. 합성신약과 화학적으로 구조가 같아 카피약이라고도 한다. 이에 비해 바이오시밀러는 단백질로 구성된 치료제의 특허 기간이 끝난 뒤 이를 복제한 약이다. 단백질 치료제는 화학 공장이 아니라 동물세포 안에서 만들어진다. 단백질 치료제에 대한 유전인자(DNA)를 동물세포에 집어넣어야 하고, 세포를 배양할 시설이 필요하다. 그런데 같은 동물세포에서 같은 DNA로 만들더라도 단백질의 구조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똑같지는 않고 비슷하다는 뜻을 넣어 바이오시밀러라는 말을 쓴다.

삼성전자가 바이오시밀러를 연구 개발 과제로 삼은 것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우선 대부분의 단백질 치료제가 상당히 비싸다. 세포 배양 시설에 수천억원이 들어가고, 배양액에 들어가는 영양물질이 비싸기 때문이다. 또 세포배양액에서 치료제를 뽑아낸 뒤 완전 무균 상태와 저온을 유지해야 약효를 잃지 않는 등 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마디로 원가가 비싸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세계적 바이오 업체 제넨텍이 생산 판매하는 유방암 항체치료제 ‘허셉틴’은 6개월 투약 비용이 4700만원에 이른다. 허셉틴은 뛰어난 약효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5조6000억원어치가 팔렸다.

이런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가 새삼 주목을 받는 배경은 대규모 매출액을 기록해 온 단백질 치료제의 특허 기간이 내년부터 속속 끝난다는 점이다. 단백질 치료제가 너무 비싸 쓰지 못한 계층 환자들의 수요를, 값이 절반가량인 바이오시밀러가 대신할 경우 단백질 치료제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바이오·제약 산업에 뛰어든 데 대해 제약업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한독약품 이환무 전무는 “국내 제약업계가 영세한 편이라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제약사가 될 걸로 믿는다”고 기대를 표했다. 토종 제약사들 가운데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편이다. 중외제약의 박구서 전무는 “전체 파이를 키우는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연구인력을 빼 가거나 국내 업계의 영역을 침범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