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황혼에서 새벽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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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영화에 대한 약간의 사전정보가 정작 감상엔 방해가 되기도 한다.

만약 '황혼에서 새벽까지' 가 뱀파이어 영화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영화가 중반에 이를 때까지 범죄액션으로 치닫는 데에 대해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전반 50분은 탈옥 후 은행을 털어 도주하는 세스 (조지 클루니) 와 리치 (쿠엔틴 타란티노) 형제의 질주를 보여준다.

이들은 은행 여직원을 차 트렁크에 구겨넣기도 하고, 결국 무참히 살해할 만큼 악랄하다.

그들은 캠핑카를 타고온 목사 (하비 케이틀) , 그의 딸 (줄리엣 루이스) , 아들 (어니스트 리) 등을 인질삼아 멕시코 국경을 넘는다.

이것은 모두 한나절에 벌어진 일. 영화의 후반은 이들이 도착한 멕시코 벌판의 한 스트립 클럽에 들어서면서 벌어지는 생사의 사투를 담는다.

스트립 클럽이 흡혈귀들의 소굴이었던 것. 이곳에서 보내는 악몽의 시간이 바로 '황혼에서 새벽까지' 다. 주인공들이 들어서는 흡혈귀들의 소굴은 관객들에게 놀이공원의 '유령의 집' 이 주는 공포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타란티노의 사이코 연기와 입담은 영화에 유머를 더하는 요소. 만화같은 괴물들을 창조해낸 기괴한 상상력이 만만찮다.

반면 이에 대한 평론가들의 악평도 만만치 않다.

미국 개봉당시 "염세주의적 판타지가 첨단을 가장하고 있다" "긴장과 유머는 죽었다" 는 비난을 받았다. 5일 개봉.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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