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합격자 채용취소' 법정싸움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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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입사시험에 최종 합격해 간담회와 교육을 마치고 입사예정일까지 통보받았으므로 엄연한 정식 직원이다."

"수습도 거치지 않았고 아직 발령을 내지 않아 정식사원으로 볼 수 없다."

공개채용으로 대졸 신입사원을 뽑았다 회사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져 채용을 취소한 경우 이들 입사 예정자를 '정식 직원' 으로 봐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이 법정 공방을 통해 내려지게 됐다.

98년도 현대그룹 공채에 합격, 현대전자 배치를 통보받았던 강형래 (경남 진주시 옥봉동) 씨 등 2백명은 31일 회사를 상대로 "회사직원임을 확인해 달라" 는 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강씨 등은 소장에서 "회사측의 채용취소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고 주장하며 1인당 1천만원씩의 위자료와 매달 1백60만원씩의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강씨 등의 주장은 "서류전형.면접.신체검사를 거쳐 97년 11월 회사측이 교부한 최종합격자 통지까지 받았으므로 이는 채용통지에 해당되며, 따라서 최종 입사예정일인 98년 4월 6일부터는 당연히 현대전자의 직원" 이라는 것. 이들은 따라서 "회사가 자신들을 그만두게 하려면 정리해고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도 일방적으로 채용을 취소한 것은 불법이며 무효" 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아직 발령을 내지 않아 정식사원이 아니며 이들을 임용하면 기존 직원들을 더 줄일 수밖에 없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고 반박했다.

아직 이에 대한 판례는 없지만 근로계약의 성립시기를 어느 시점으로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변호사 등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법원 판결이 입사예정자들에게 유리하게 내려질 경우 현대전자에서 채용이 취소된 사람중 상당수는 2백만원씩의 위로금을 받고 입사포기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입사포기서의 효력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한편 동양시멘트에서도 채용이 취소된 30명중 일부가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해 말 한국이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로 들어가면서 많은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을 취소한 점을 감안하면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지난해말 3천4백여명을 선발, 이중 1천4백명을 현대전자에 배치했는데 이중 2백21명만 채용됐다. 동양시멘트는 36명을 선발, 6명만 채용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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