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예뻐지길 거부하면 벌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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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어글리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송경아 옮김, 문학수첩
488쪽, 1만2000원

모두가 슈퍼 모델 같은 미남미녀면 우리는 행복할까. 거기에 종일 파티나 즐기고, 인터페이스 반지를 끼면 방이나 다리와도 대화가 가능하며, 번지 자켓을 입으면 고층 빌딩에서 떨어져도 다칠 염려가 없고, 보드를 타고 하늘을 날 수 있다면.

때는 석유를 불붙기 쉬운 인으로 바꾸는 오일 바이러스가 퍼져,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한 현대문명이 파괴된 미래. 주인공 탤리 영블러드는 열여섯 살이 되면 의무적으로 전신성형수술을 받아 미남미녀로 변신해야 하는 도시에 산다.

미남으로 변해 ‘새내기 예쁜이 동네’로 이주한 남자친구 펠리스를 그리워하던 탤리는 그를 만나러 못난이 동네를 몰래 빠져 나간다. 한바탕 모험을 겪으면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 셰리를 통해 아름다워지기를 거부하고 ‘녹슬이(21세기 인류를 가리킴)’의 유적에 사는 ‘스모크’들의 존재를 알게 된다. 하지만 탤리에게 도시 바깥에서의 모험을 가르쳐주던 셰리는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스모크를 찾아 떠난다. 뒤에 남은 탤리는 열여섯 번째 생일을 맞지만 수술을 받지 못한다. 대신 도시의 ‘안녕’을 지키는 ‘특수상황국’의 강요를 받는다. 스모크 무리를 잡기 위해 추적기를 숨긴 채 셰리를 만나라는 것인데 ….

2005년 전미도서관연합이 선정한 ‘올해의 최우수 청소년도서’였다 해서 아이들이나 읽을 판타지라 치부해서는 안 된다. 제법 묵직한 메시지에, 현대문명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영화화함직한 액션이 담겼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모든 사람처럼 보일 필요가 없어. 다른 모두처럼 행동할 필요도 없고.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있어”“(옛날엔) 다른 사람들만큼 완전히 못나지는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정치가에게 투표하기도 했다” 3부작의 다음 작품에서도 이런 구절을 만났으면 싶은 SF 명작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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