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로마in 이야기 ② 닮은꼴 수영황제·마린보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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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한국시간) 시작하는 200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이탈리아 로마) 경영 종목에서 펠프스는 6개 종목(자유형 200m, 접영 100m·200m, 계영 400m·800m, 혼계영 400m) 우승을 노리고 있다. 박태환은 자유형 200m·400m·1500m에 나선다. 둘은 자유형 200m에서 만난다. 베이징 올림픽 때는 펠프스가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박태환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들의 맞대결을 보기 전 닮은 구석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마이클 펠프스(미국·左)와 박태환은 닮은 점이 많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서기 위한 노력부터 올림픽에 얽힌 추억도 비슷하다. 사진은 이 달 초 대표선발전에 나선 펠프스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도중 박태환의 재미있는 표정. [로이터, 중앙포토]

◆첫 올림픽 아픔을 보약으로=박태환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한국 수영사상 최연소 대표(당시 15세)로 출전했다. 하지만 긴장한 나머지 첫 경기에서 출발신호가 울리기 전에 먼저 물속으로 뛰어들어 실격당했다. 박태환은 악몽을 지우기 위해 피나는 스타트 연습을 했고, 현재 출발 반응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게 됐다. 펠프스 역시 15세인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처음 나갔다. 그는 접영 200m 결승 때 룸메이트의 출입 카드를 잘못 가져가는 바람에 숙소에 다시 들렀다 가느라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겨우 수영장에 도착했다. 결승 성적은 5위로 노메달. 펠프스는 후에 “진다는 게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4년 뒤 보란 듯 금메달을 따냈다. 박태환은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수영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펠프스는 아테네 올림픽 개인혼영 400m에서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후반부가 더 빠른 별종들=펠프스는 베이징 올림픽 개인혼영 400m 세계신기록(4분03초84)으로 대회 첫 금을 기록했다. 펠프스의 세계기록은 초반보다 후반이 빠른 그의 전략 덕분에 가능했다. 펠프스는 그의 자서전 『노 리미츠(No Limits)』에서 “전반보다 후반부에 속도를 높이는 것을 수영 용어로 역분할(negative splitting)이라고 한다. 후반부에 속도를 높이는 게 힘들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은 잘 쓰지 않지만 나는 즐겨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전반보다 후반이 빠른 막판 스퍼트는 박태환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수영과의 첫 만남=펠프스는 11세 때 그의 개인코치 밥 바우먼을 만나 수영을 시작했다. 그는 7세 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판정을 받았으며 수영에 재미를 붙이면서 이를 이겨냈다. 박태환은 어린 시절 천식을 고치려고 수영을 시작했다. 7세 때 노민상 현 경영대표팀 총감독을 만나면서부터다. 이들은 어린 시절 만난 지도자와 아직까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영광 뒤엔 ‘잡음’도=올 초 영국 대중지는 펠프스가 과거 대학 파티에서 마리화나를 흡입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게재했다. 이 사건으로 펠프스는 미 수영연맹으로부터 3개월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는 2004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박태환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각종 루머에 시달렸다. ‘훈련 태도가 안 좋다’ ‘연예인과 어울린다’는 소문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젊은 패기와 실력으로 잡음을 극복해냈다는 점도 닮았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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