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낙찰 막판 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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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기아.아시아 자동차 입찰이 낙찰 공고일을 하루 앞두고 막판 혼선을 빚고 있다. 응찰 4개 업체중 삼성자동차 컨소시엄이 평가단 심사에서 1위를 차지, 유리한 위치를 확보한 가운데 낙찰자격에 대한 시비가 제기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유종렬 (柳鍾烈) 기아관리인은 재입찰 방안을 채권단에 전달했고,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 측은 '삼성등 이해 관계자의 답변을 받아보고 31일 최종 방침을 결정하자' 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입찰사무국에 따르면 심사 결과 국내외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응찰한 삼성은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고, 대우자동차가 2위를 차지했다.

미국 포드와 현대자동차는 신주 인수 응찰가를 액면가 (주당 5천원) 아래로 적어내 낙찰 자격을 상실했다.

이 상황만 놓고 보면 삼성이 낙찰자, 대우가 예비후보가 된다. 문제는 삼성 등 4사가 모두 입찰 제안서에 부채탕감 조건과 관련된 단서를 기재하는 바람에 논쟁의 소지가 발생한 것. 입찰사무국은 지난달 27일 입찰 설명회때 '부대 조건을 달아 응찰할 경우 중대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는 지침을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입찰사무국 측은 "불이익은 자격 박탈까지도 포함된 의미여서 삼성과 대우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유찰이 불가피하다" 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사무국은 각사에 28일 정오까지 '명확한 해명' 을 요청했고 삼성과 대우는 '컨소시엄 업체와의 협의에 시간이 걸리므로 31일 오전까지 답변하겠다' 는 뜻을 전달했다.

柳관리인은 1차 입찰을 유찰시키고 9월 11일 재입찰 공고를 내는 방안을 채권단에 제시했으나 채권단 대표인 산은은 '제안서의 부대 조건에 다소 불분명한 부분이 있으므로 당사자들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들은 후 방침을 확정하자' 고 해 일단 결과를 유보했다.

삼성측은 "입찰서류 작성 지침에 조건을 달면 자격을 상실한다는 내용은 없기 때문에 제안서에는 하자가 없으며, 우리가 제안서에 써낸 조건도 문제될 소지가 없다" 며 "결과는 31일 두고 보면 알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포드측은 "특정 업체에 부채탕감 조건을 철회할 것을 요청한 것은 국제입찰의 룰을 어긴 것" 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현대도 "낙찰 대상 두 업체도 조건을 달아 응찰했기 때문에 이번 입찰은 유찰 처리해야 한다" 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무국은 논란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거쳐 낙찰 또는 유찰 여부를 오는 9월1일자 조간신문에 공고할 예정이다.

한편 이같은 진통에 따라 5대그룹이 마련중인 구조조정안에도 막판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

손병두 (孫炳斗) 전경련부회장은 30일 "유찰될 경우 일단 자동차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안만을 확정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차진용.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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