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대표하는 지명 다른 시·도에 빼앗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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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강원도를 대표하는 지명이 다른 시.도에 빼앗긴 (?)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강원도와 한국지적재산관리재단이 상품가능성 등을 고려해 강원도를 대표하는 지명 1백45개를 추출해 조사한 결과 95개가 다른 시.도에서 상표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강원도에 따르면 '소양강' '강촌' '경포' 등 춘천과 강릉을 상징하는 지명을 부산과 서울의 개인이 각각 상표등록을 해 강원도내 제품에서는 상표이용이 어렵게 됐다.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 의 무대인 평창의 '봉평' 은 ㈜크라운제과에서, '태백' '태백산' 등 태백이 들어가는 각종 상표는 다른 지역의 개인이나 법인과 심지어 일본인에 의해 상표로 등록돼 있다.

정선 아리랑의 무대인 '아우라지' 는 농심에서, 초당두부로 유명한 '초당' 등은 서울에 사는 개인과 초당약품공업, 반도스포츠에서 각각 상표권을 갖고 있다.

동해시와 고성군의 대표적 산간계곡과 해수욕장으로 알려진 '무릉천' 과 '삼포' 역시 서울의 개인과 법인 등에 의해 선점됐다.

또 영동 - 영서를 연결하는 산간도로인 '한계령' 과 '진부령' 은 삼양식품공업이, '내설악' '외설악' '오색' 등 설악산의 주요 지명은 서울의 개인에 의해 상표로 등록됐다.

이 때문에 먼저 등록한 자에게 독점권을 인정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국내 상표법에 따라 해당 지역 주민이나 농업협동조합 등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특산품에 지명을 사용하는데 제한을 받고 있다.

서울에 사는 개인이 상표를 등록한 '봉평막국수' 와 '초당두부' 는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 문제를 놓고 한때 분쟁에 휩싸이기도 했었다.

춘천 =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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