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세계 경제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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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 증시의 동반 폭락 현상은 러시아사태가 총체적 혼란으로 치닫고 있는데다 서방 은행들의 막대한 손실규모가 속속 드러나 국제 금융계 전반에 불안감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이상 (異常) 흐름을 보이고 있는 주요 현상들을 짚어 본다.

◇주식에서 채권으로 =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가 이틀간 5% 폭락한 반면 미 채권가격은 전세계 유동자금이 몰리면서 유통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30년 만기 미 재무부채권의 유통수익률은 27일 5.34% (77년 이후 최저치) 를 기록했다.

국제 핫머니가 신흥시장은 물론 선진국 주식시장에서도 이탈, 안전성이 높은 채권 매입에 몰리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 같은 위기 국가들의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질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의 금리인하론 = 금융위기 확산에 따라 월가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30년 만기 재무부 채권수익률로 대표되는 장기금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가 조정하는 단기금리 (현재 5.5%) 보다 이미 더 낮아졌다.

흔히 미국경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다는 장기금리 하락은 ▶미 경제 둔화 ▶인플레 우려 감소 등을 뜻한다.

금리인하를 해도 다우지수가 8, 000선을 위협받고 있어 주식시장에 거품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는 달러 강세.고금리를 노린 뭉칫돈들의 미국 내 집중 현상을 한풀 꺾으면서 일본 등에 한숨 돌릴 시간을 줄 수 있다.

◇원자재값 하락 = 미 커모더티 리서치 뷰로 (CRB) 사 (社)가 17개 주요 원자재값을 가중 평균해 산출하는 CRB지수는 27일 195.38로 21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의 경우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 (油) 10월 인도물이 배럴당 38센트 떨어진 12.12달러에 거래됐다.

또 러시아가 달러 확보를 위해 중앙은행 보유 금을 대량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금값이 온스당 5.70달러나 떨어진 2백76.55달러 (19년만에 최저치)에 거래됐다.

원자재 수출 비중이 큰 중동·중남미·호주·캐나다 경제가 악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엔화가치 일시 반등 = 러시아에 이어 중남미까지 위기에 휩쓸리면 미.유럽이 큰 타격을 받는 반면 일본은 상대적 부담이 덜 하다는 심리가 작용해 28일 한때 1백40.20엔까지 올랐다.

또 일 기관투자가들의 달러표시 금융자산 매각설에다 러시아.중남미에서 손해를 본 투기자본들이 엔 약세 때 벌어놓은 환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달러화를 매각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돈다.

그러나 이날 마감시세는 0.35엔 오른 143.30으로 끝났다.

엔화 강세 추세가 확인될 경우 아시아 위기 해소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뉴욕.도쿄 = 김동균.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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