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본회의장 점거 네 탓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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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본회의장 점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어낸 정치권이 16일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상대 당 탓에 극한충돌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이렇게 대화와 타협을 안 하려는 정당은 유사 이래 처음이고 하늘 아래 없는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그러곤 “(우리는) 국회에서 농성 중인 야당과 싸우는 게 아니라 어려운 서민과 길거리에 쏟아져 나온 실업자, 직장을 잃은 사람을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점거를 “자구(自救) 행위적 밤샘 대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민주당이 지난해처럼 문을 걸어 잠근 채 장기간 국회를 점거하고 쇠사슬·로프로 폭력 사태를 유발하는 걸 막기 위해 (우리가) 대기하면서 감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민생도 강조했다. 미디어 법안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법안 등 서민 법안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비정규직 법안은 물론 악덕사채근절법·상조피해방지법 등 서민을 위한 법안이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본회의장에서 철야 점거를 한 이유는 언론악법을 며칠 내에 날치기 처리하기 위함인 것 같다”며 점거 사태의 책임은 한나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으로선 이런 불순한 뜻을 알고도 수수방관하거나 외면할 수 없다”며 본회의장 점거를 계속할 방침을 시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7일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제헌절 기념행사가 열리는 점을 고려해 16일 밤부터 17일 낮 12시까지 본회의장에 각각 의원 2명씩만 남겨두고, 시한부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김형오 국회의장은 “제헌절 행사에 외빈들이 많이 오니 농성을 풀어달라”고 양측에 요구했다.

◆김 의장, 표결 처리 전제로 회기연장 제안=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31일까지 본회의에서 미디어법을 표결 처리한다는 전제하에 25일 끝나는 6월 임시국회에 이어 6일간 더 국회를 여는 방안을 제안했다.김 의장은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와 회동을 하고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 박근혜 의원의 미디어법안을 갖고 합의하면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면서 이같이 제안했다.

그러나 민주당 이 원내대표는 “표결 처리한다는 전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안 원내대표는 “미디어법은 지난 3월 국민 앞에 ‘6월 국회 처리’를 약속한 건데 이번 회기 중 처리하지 않는 건 잘못”이라면서도 “31일까지 표결 처리하는 방안 여부를 17일 의총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강찬호·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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