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가 되지 말고 불가사리와 같은 조직이 되어야 한다.”
이날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13명의 퇴임 외교관을 대표해 퇴임사를 한 이 전 대사는 “외교부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며 “거미와 같은 톱다운 정책이 아니라 불가사리처럼 자생력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자신이 느낀 외교부의 문제점에 관한 따끔한 지적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본부와 재외공관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긴밀한 의사소통이 더없이 중요하다”며 “언제부터인가 서로 진지한 의견 교환을 하는 분위기가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외교 일선에서 느낀 고충을 대변하듯 “수십 년간 경험을 갖고 현지에서 외교에 임하는 공관장의 판단과 식견을 신뢰해 달라”는 말도 남겼다. 외교관 후배들에게는 “이해타산만 생각하는 ‘맨 오브 인터리스트’가 되기보다는 모든 소양을 골고루 갖춘 ‘맨 오브 인테그리티’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참석자는 “이 전 대사가 떠나는 마당에 할 말이 많은 듯했다”며 “오랜 외교관 경험에서 우러나온 고언인 만큼 후배들이 깊이 새겨야 할 말이 많았다”고 전했다.
예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