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수업 첫 실시 서울 잠신중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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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6일 오후 서울 잠신중학교. 5교시 수업이 끝나자 1, 2학년 학생들이 복도로 몰려나와 다음 수업이 있는 교실로 이동하느라 부산하다.

지난 1학기부터 전국 중학교 가운데 처음으로 실시중인 교과교실 체제 (이동수업)에 따라 학생들이 담당과목 교사가 있는 교실을 찾아가는 중이다.

"처음에는 교실을 옮겨다니느라 쉬는 시간 10분이 빠듯했어요. " 6교시 사회과목을 듣기위해 사회3실로 들어선 이 학교 2학년 金건우군은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고 선생님들이 성의있게 수업을 준비해서 이전보다 수업내용이 쉬워진 느낌" 이라고 말했다.

사회과 구자삼 (具滋三) 교사는 "교사들이 전문교과 교실을 맡다보니 교육기자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수업내용이 충실해지고 수업준비 시간도 절약됐다" 고 설명했다.

이같은 교과목 교실제는 이 학교 강호봉 (姜鎬鳳) 교장의 교육철학의 산물이다.

"지난해 서울시내 초.중등교사 20명을 인솔해 미국 5개 도시의 교육시설을 돌아보면서 우리나라 여건이 아직 여러가지면에서 부족하지만 하루빨리 선진교육 체제를 도입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고 말했다.

교과목 교실제의 시행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으나 서울시교육청이 추진중인 '교육 새물결운동' 이 본격 시행의 기폭제가 됐다.

姜교장은 교사.학부모들과의 논의를 거쳐 지난해 11월 추진위를 결성, 지난한해 아껴쓰고 남은 예산 6천만원을 올해로 넘겨 교과교실 체제 시행에 박차를 가했다.

최대의 걸림돌은 부족한 교실수. 교실을 모든 교사에게 배정할 수 없어 1, 2학년에 먼저 실시키로 했다.

1, 2학년 과목을 담당한 40명의 교사에게 전문교과 교실을 하나씩 배정한뒤 학생 이동에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1, 2학년 25개 교실에 사물함을 설치했다.

사물함 설치비용으로 2천5백만원을 들였고 교사들에게는 7백만원을 들여 수신전용 전화기를 놓아줬다.

이밖에 도서및 영상자료 구입에 2천만원을 들였다.

姜교장은 "내년에는 4천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교과교실 체제를 전학년으로 확대실시할 예정" 이라며 "현재 수학과목만 3단계의 우열반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나 전과목에 이를 적용하고 대학강의처럼 하루에 한두시간 공강 (空講) 시간을 만들어 줄 계획" 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같은 교과교실 체제는 2000학년도부터 전국 고교에 시행될 예정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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