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전용관 짓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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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하면서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자리잡았지만, 여전히 개막 시기는 들쭉날쭉이다. 1996년 첫 해엔 9월 13일 개막해 21일 폐막했으나, 2회때는 한달이나 늦은 10월 10일~18일, 다시 3회엔 9월24~10월1일로 당겨졌다. 올해는 10월 7~15일 열리나 지난해엔 10월 2~10일이었고, 심지어 6회와 7회는 11월 중순에 열려 찬바람 때문에 관객들이 고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영화제 일정이 제각각인 것은 극장 사정 때문이다. 부산영화제는 해운대와 남포동 일대의 일반 극장을 빌려서 행사를 치른다. 그런데 추석이라는 극장 대목이 걸려 늘 발목이 잡혔다. 극장 입장에서는 입장료 수입을 가장 많이 올릴 수 있는 시기에 임대료만 받고 극장을 내 줄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추석 기간을 피하다보니 영화제 일정도 그 해 추석이 언제이냐에 따라 흔들려온 것이다.

하지만 3,4년 뒤에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용 극장이 생기기때문이다. 김동호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27일 "전용 극장 건립에 필요한 예산이 이미 확보된 상태이며 늦어도 2008년까지는 전용관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고에서 230억원, 부산시에서 230억원 등 총 460억원을 지원받기로 했으며 올해 안에 설계 비용으로 40억원의 국고 예산이 나온다"면서 "국제 공모를 통해 내년 8월까지 설계를 확정하면 바로 착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부지는 부산시에서 해운대 인근의 땅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설계가 확정돼야 알겠지만 영화제측은 전용관 내에 800석 규모의 대극장과 400석 정도의 중간 규모 2개, 100~200석 규모 3,4 개 등 6,7개 정도의 상영관을 확보할 생각이다. 김 위원장은 "전용극장에는 예술영화전용관과 영화 자료실 성격의 시네마테크, 영화 교육 시설 등도 갖춰 미디어센터 개념으로 운영할 생각"이라면서 "총 비용이 6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국고와 부산시에 추가 예산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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