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흔들리는 맞벌이가정]가사분담 티격태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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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아내 : "가사는 '우리 일' 이다. 같이 버는 만큼 집안일도 같이 해야한다." 남편 : "무슨 소리냐. 가사는 아내가 주 (主)가 되고 남편은 도와주는 것이다. "

아내 : " '우리 일' 인데 도와준다니, 그 자세부터 고쳐야 한다. "

남편 : "그래도 아예 안해주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 "

모 은행 계장인 남편 임기덕 (31) 씨와 일본 언론의 국내 취재 섭외회사 '스매프' 의 양선아 (29) 씨는 결혼 3년째를 맞는 신세대 맞벌이 부부. 가사노동에 대해 입장이 팽팽히 맞선다.

양씨는 식사준비.설거지.와이셔츠 다림질.물걸레질 등 아침.저녁으로 반복되는 일상적인 가사활동을 자신이 거의 다하고 남편은 세탁기 돌리기.먼지털기.쓰레기 버리기 등 '보조적인 일' 만 하는데 대한 불만이 여간 아니다.

임씨가 일부 가사를 하면서 편치 않은 표정이면 양씨는 "그렇게 인상쓰고 할 것 같으면 아예 안하는 게 낫다" 고 몰아붙인다.

그녀는 "나도 집에 들어오면 쉬고 싶은 심정은 똑같다" 고 억울한 표정이다.

임씨도 할 말이 많다.

"남편이 절반까지 가사를 맡는 집안이 어디 있느냐. '한국의 상황' 을 감안할 때 나는 우수한 편" 이라는 주장. 최대 고민은 애낳기가 두렵다는 것. 양씨는 "육아부담이 나한테 집중될 게 뻔한데 직장을 계속 다니려면 애갖기를 보류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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