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폭격 현장조사 유엔도 '어정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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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의 미사일 폭격을 당한 수단 제약공장을 둘러싼 테러관련시설 여부 논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현장조사 줄다리기로 이어지면서 미국과 이슬람국가간 대결양상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24일 (현지시간) 수단의 엘 시파 제약공장에 대한 현장조사단 파견문제를 논의했으나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유엔이 이같이 어정쩡한 태도를 취한 것은 미국이 반대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안보리회의 뒤 마이크 매커리 미 백악관 대변인은 "문제의 제약공장에 대해 유엔의 공식조사가 결정될 경우 협조방안을 검토중" 이라며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다닐로 투르크 안보리의장은 비공개로 열린 이사회 회의가 끝난 뒤 "이 문제에 관한 판단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회의는 수단 정부가 안보리의장 앞으로 "이 공장이 테러집단과 연결된 화학공장이라는 미국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밝히기 위해 유엔 기술팀 파견을 요구한다" 는 서한을 제출함에 따라 열렸다.

회의가 열리기 전 피터 벌레이 유엔주재 미국 부대사는 미국 정부가 확보하고 있는 증거의 신빙성을 의심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유엔의 현장조사에 반대한다고 밝혔었다.

수단 정부는 이 공장이 테러와 무관한 민간시설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유엔이든 미국이든 누구라도 와서 조사하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22개 회원국을 거느린 아랍연맹도 수단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아랍연맹은 24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미국의 미사일 공격을 비난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미국은 이 공장에서 화학무기가 생산됐다는 '분명한 증거' 를 확보해 놓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4일 AP통신이 '증거' 가 될만한 내용을 처음 보도했다. 미 정보기관 관리의 말을 인용한 이 보도에 따르면 이 공장에서 채취한 흙에서 치명적인 신경가스인 VX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물질이 검출됐다는 것.

25일자 뉴욕 타임스는 이라크 과학자들이 이 화학공장에서 신경가스 주성분 제조에 간여했다고 전했다.

양측의 주장이 워낙 팽팽해 어느 쪽 말이 진실인지 아직 판단하기는 힘드나 국제여론은 미국이 피폭현장 조사를 꺼릴 이유가 없지 않으냐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

심상복.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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