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철의 증시레이더]주가 반등 멈칫 당분간 게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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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오랫만에 찾아온 반등 시도가 수포로 돌아갔다.

18일 러시아 루블의 평가절하에 놀라 종합주가지수가 10.47포인트 추락했지만 바로 다음날 10.75포인트 회복했고 이어 20일 14.69포인트 상승, 기염을 토했다.

거래도 꽤 활발한 편이었다.

지난주 토요일을 제외한 하루 평균거래량은 8천1백만주로 그 전주의 7천1백만주를 웃돌았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토요일의 11.29포인트 하락은 종합지수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지금 투자자들의 관심은 3백이 바닥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 아니라 1월말에 시작돼 6월중순에 끝난 중기 하락추세에 대한 반등은 이것으로 끝났는가 하는 것이다.

그말이 그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97년 4~5월의 1백포인트 반등, 올해초 역시 1백포인트 반등을 지켜본 투자자들로선 근거가 있든 없든 이번에도 그럴만한 시점에 그 정도의 반등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대우증권의 한동주 과장은 반등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쪽이다.

우선 상장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이 영 시원치 않다.

게다가 구조조정은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외악재들은 다소 진정되긴 했지만 국면전환을 가져올 만큼 개선되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여러가지 기술적인 지표들이 주가 바닥을 시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펀더멘털 (기본적인 경제여건) 의 극적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시점에선 별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현대증권 박영철부장의 설명은 좀 다르다.

당분간 해외요인이 개선될 조짐은 없다는데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나빠질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9월이 되면 기아 입찰 결과를 비롯, 국내문제가 어느 정도 정돈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고 따라서 투자심리도 차츰 회복될 것으로 본다.

즉 지수는 당분간 전 저점을 바닥으로 옆걸음치다가 서서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요약하면 어느 쪽이든 이번 주중 급락 또는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투자자들로서는 매수는 서두를 필요가 없고, 매도는 전망에 따라 예의 주시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이런 단기전략은 자칫 자승자박이 될 가능성이 있다.

즉 모든 투자자들이 "몇몇 세력주들을 빼고는 반등은 제한적일 것" 이라는 증권사.

사설자문사들의 조언을 믿고 '개별종목' 중심의 단타매매를 일삼는다면 시장은 어떻게 될까. 여기서 말하는 단타매매는 길어야 2~3일을 주기로 "치고 빠지는" 거래행태를 말한다.

솔직히 실적이 개선된 종목을 '사서 보유하겠다' 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다.

주변여건이 너무 불확실해서일까. 가령 경상이익증가율 상위 50개사중에서 자본금 50억원이상, 부채비율 2백%이하, 매출액경상이익률 5%이상되는 기업을 골라 그 중 4~5개를 사면 어떨까.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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