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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최고의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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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인터넷 검색의 최강자 구글의 에릭 슈미트 최고경영자(CEO)는 ‘당신을 위한 코치를 만들라’는 조언을 꼽았다. 처음엔 이런 조언에 화부터 났단다. 내가 명색이 CEO이고 경험도 많은데, 누가 감히 나를 코치한단 말인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슈미트는 곧 코치의 역할이 다른 데 있음을 깨달았다. 코치는 다른 관점에서 나 자신을 지켜보면서 내 모습을 솔직하게 묘사해 주고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존재였다. 슈미트는 코치 덕분에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한국의 CEO는 어떨까. 한국 기업문화는 미국에 비해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위계가 강하다. 그만큼 독불장군처럼 군림하는 CEO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필요할 때 이들에게 시각교정을 해주는 코치가 과연 있기는 한 걸까.

대형 유통체인 코스트코의 짐 시네걸 CEO는 55년 전인 18세 때부터 할인점 점원으로 일했다. 그때 시네걸은 오너가 솔선수범해야 직원도 따른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오너가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손수 줍고, 매장 진열대를 직접 고치는 모습을 보면 직원들도 와닿는 게 있을 것이다. 시네걸은 요즘도 매장을 돌아다니며 직원들과 수시로 대화한다. 한국에도 ‘현장경영’을 잘하는 경영자는 많다. 일부 기업 얘기지만 CEO가 현장에 가서 사진 찍고 보도자료 몇 장 뿌리면 그걸로 끝인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일선부대 연병장에 별이 뜬 것도 아닌데, 폼만 잔뜩 잡고 현장에 가서야 직원과의 소통이 제대로 될까 의심스럽다. 시네걸은 좋은 경영자는 좋은 교육자여야만 한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와 자신을 ‘열광하는 사람(fanatic)’으로 표현했다. ‘열정과 광기의 소유자’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요즘 이런 미덕이 너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했다. 조선시대 지식인의 내면을 다룬 정민의 책 『미쳐야 미친다』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빌 게이츠가 좋아하는 것에 미칠(狂) 수 있었던 데엔 부모 역할이 컸다. 부모는 소년 게이츠에게 “나가 놀아라”하며 끊임없이 권했다. 게이츠가 수영·축구 같은 스포츠에 젬병이었음에도 부모는 계속 권유했다. 게이츠는 “당시는 의미 없다고 생각했지만 스포츠는 리더십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됐다. 나를 편하고 익숙한 것에만 안주하지 않게 했다. 덕분에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게 세상에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곧 방학이고 휴가철이 시작된다. 이번 휴가 때는 아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경험을 선사하면 어떨까. 혹시 그게 인연이 돼 미래의 ‘빌 게이츠’들이 자라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서경호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