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퓰리처상 수상작 다이아몬드교수 '총,균,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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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문명에는 우열이 있어도 문화에는 우열이 없다. 이같은 문화인류학의 대명제를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명제가 '환경결정론' 이다.

97년 퓰리처상 수상작 '총, 균, 쇠' 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자연과학자의 시각에서 총과 병원균, 철기 등에서 파생된 인류 문명의 불평등 원인을 짚고 있다 (문학사상사刊) . 그는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이유는 각 민족의 생물학적인 차이에서가 아니라 환경적 차이에서 왔다고 본다.

우선 저자가 주목한 것은 사회 발전의 기본인 식량과 자연조건. 동식물의 가축화와 작물화는 유난히 조건이 좋은 유라시아 지역에 집중됐다.

또 각 대륙의 면적과 인구의 차이는 잠재적인 발명가의 수와 개발의 기회 등의 차이를 유발해 유라시아 지역을 더욱 발전시켰다.

즉 선사시대부터 환경적으로 유리하게 살게 된 '우연' 이 오늘날의 우열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만약 아프리카인과 유럽인의 거주지가 달랐다면 현재의 사정은 정반대가 됐을 것이라고 저자는 단정한다.

실제 저자는 유럽인과 뉴기니인을 비교한다. 유럽인들은 경찰력.사법제도가 갖추어진 사회에서 살아왔고 질병.살인 등 잠재적 사망원인들로부터 벗어난 채 유전자를 후손에게 전달했다.

반면 전쟁.먹거리 등의 문제 탓에 높은 사망률을 보인 뉴기니 사회에서는 지능이 낮은 이보다 높은 이들이 사망 원인들을 잘 피해왔다.

곧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 촉진에 관한 자연선택은 뉴기니에서 훨씬 가혹했기에 유럽인보다 뉴기니인의 생물학적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인종차별은 역겨울 뿐 아니라 전적으로 잘못됐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는다.

또 그는 문명에 대한 염세적 성향도 숨기지 않는다. 수렵 채집민의 생활양식을 버리고 철 중심의 국가로 가는 것이 '진보' 라고 생각지 않으며 더구나 '행복' 과는 더욱 관련이 없다는 것. 미국의 도시와 뉴기니의 촌락에서 살아본 결과도 이른바 문명의 축복이라는 것에는 장단점이 섞여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생리학 교수인 다이아몬드는 인류학과 역사학에도 조예가 깊은 인물로 한글의 우수성을 설파한 논문을 94년 미국 과학지 '디스커버' 에 싣기도 해 우리와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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